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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호 [이슈 추적 2] 세금 낭비?···교통복지 위해선 예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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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500회 작성일 19-08-0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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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확대하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무조건 예산 줄인다고 투명한 행정은 아냐
새경기 준공영제, 유의미한 시도지만 보완 필요

경기도가 ‘새경기 준공영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 하반기에 남경필 전 지사가 도입한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를 폐지하고, 올해 중에 16개 노선에 대한 ‘새경기 준공영제’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세금 낭비 없는 준공영제’를 내걸고 있는 새경기 준공영제 시범사업에 앞서 그 내용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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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영제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준공영제는 어떤 방식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선버스 운영방식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선버스를 운영하는 방식은 공급자를 기준으로 하여 크게 민영제, 준공영제, 공영제로 구분할 수 있다. 민영제는 기본적으로 민간업체가 버스서비스를 자율적으로 공급하는 운영방식이다. 민영제는 다시 민간업체가 노선의 결정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적으로 담당하는 순수민영제와 정부 또는 지자체가 부분적으로 재정보조금을 지원하는 재정지원형 민영제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이전까지는 대체적으로 민간업체가 독립채산방식으로 운영하던 순수민영제가 대세를 이루었으나, 자가용의 확산, 대체교통수단의 확산 등에 따라 버스운수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지방정부가 일정한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재정지원형 민영제로 전환됐다.
이와는 달리 공영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 등이 버스업체를 인수하거나 설립하여 직접 노선버스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공영제는 지자체가 버스노선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직영제와 공사 형태의 운영기구를 설립하여 버스노선의 소유와 운영을 전담하게 하는 공기업형으로 나눌 수 있다. 공영제를 운영하고 있는 사례로는 전남 신안군, 제주 서귀포시, 인천교통공사, 세종도시교통공사 등을 들 수 있다.
준공영제는 민영제와 공영제를 혼합한 민관혼영체제로 민영제와 공영제의 혼합 방식에 따라 몇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그 중 대표적인 방식이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와 노선관리형 준공영제, 위탁관리형 준공영제이다.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6대 도시에서 시행 중인 준공영제로, 민간업체의 노선소유권을 인정하되 노선조정권을 사업주로부터 위탁 받아 지자체가 행사하는 방식이다.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는 노선버스의 운행수입급 일체를 민간업체와 지자체가 공동관리하는 방식으로 각 사업자들의 운행실적에 따라 수입금을 배분한다. 만일 운행실적이 적자일 경우 지자체가 이를 보전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노선관리형 준공영제는 노선입찰제형 준공영제라고도 불리며, 노선과 운영권을 지자체가 소유하고 버스업체는 입찰을 통해 일정한 기간 동안 해당 노선의 운영을 담당하는 형태이다. 경기도가 추진하려고 하는 새경기 준공영제는 노선입찰제를 기반으로 하는 준공영제이다.
위탁관리형 준공영제는 정부 또는 지자체가 특정 노선의 운영을 위탁하면서 재정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재정지원형 민영제와 유사하게 보이지만, 재정지원형 민영제가 해당 노선의 소유권을 민간업체가 가지는 데 비해 위탁관리형 준공영제는 소유권을 정부 또는 지자체가 가지며 그 운영만을 민간업체에 위탁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위탁관리형 준공영제 아래서 정부 또는 지자체는 언제든지 민간업체로부터 운영권을 회수하여 다른 업체에 위탁하거나 노선을 변경할 수 있다.

관건은 노선소유권의 귀속 여부

그렇다면 경기도는 왜 전임 지사가 일부 광역버스 노선에 도입한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를 폐기하면서까지 새로운 형태의 준공영제를 실시하려고 하는 것일까?
경기도가 내세운 가장 큰 이유는 기존의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 아래서는 버스운수업이 ‘황금알을 낳는 영생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버스운수업의 특징인 노선소유권의 문제와 직결된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4조에 따르면 버스운송사업 면허는 기간을 정하지 않는 일반면허로 운영된다. 이는 한정면허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버스운송사업자는 버스노선에 대한 면허를 한 번 획득하기만 하면 이를 사유재산처럼 소유하게 된다. 법원도 판례를 통해 버스업체의 면허권을 재산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버스운송사업 면허가 일종의 특허권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면허제도를 기반으로 버스운수업이 운영되는 바탕 위에서 도입된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는 다른 준공영제와는 달리 노선소유권이 민간업체에 귀속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노선관리형 준공영제나 위탁관리형 준공영제는 노선소유권을 지자체 등 공공이 가지면서 해당 노선의 운영만을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이지만,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는 노선의 운영뿐만 아니라 노선소유권도 민간업체가 가지는 방식이다. 이 경우 노선조정권은 지자체가 행사하기는 하지만 민간업체의 위임을 받아 처리하는 형태를 띤다.

< 노선소유권과 운영형태에 따른 버스운영방식의 분류 >

유형
분류지표
노선소유권 버스운영담당 운영형태
공영제 공공 공공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운영(행정조직)하거나 공사, 공단 등의 법인형태 등으로 운영하기도 함
준공영제 노선관리형 공공 민간 버스노선의 면허 및 운영권을 정부, 지자체가 소유하되 입찰경쟁을 통해서 일정기간만 버스운송사업자에게 운영권을 위임함
위탁관리형 공공 민간 정부가 민간버스운송사업자들에게 재정적 지원과 함께 운영을 위탁함
수입금 공동관리형 공공 민간 민·관이 수입금을 공동으로 관리하되, 지자체가 표준운송원가에 근거하여 운영비용을 버스업체의 운영실적(버스 대당 운행거리)에 따라 모두 지원함
민영제 재정지원형 민간 민간 정부 및 지자체가 적자노선을 운영하는 민간사업자에게 재정보조금 지원
순수민영 민간 민간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민간 사업자가 독립채산 방식으로 운영

경기도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전임 지사가 일부 광역버스 노선에 도입했던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를 폐지하고 노선관리형(노선입찰제형) 준공영제를 실시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 아래서는 지자체가 노선소유권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지자체는 지원의 의무만 지게 되고, 민간버스업체는 일반면허 제도에 따라 노선소유권을 영구적으로 갖기 때문에 지자체의 지원까지 받아가면서 지속적인 이윤을 보장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간버스업체에 대한 지원은 결국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세금 낭비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올해 안에 노선입찰제 시범사업

이와 같은 경기도의 문제의식은 지난 6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경기도형 버스 노선입찰제 정책토론회’에서도 표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버스의 대중교통이라는 공적 역할에 맞게 공적 지원을 강화하겠지만, 도덕적 해이가 없는 합당한 책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면서 노선입찰제에 기반을 둔 준공영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지사의 노선입찰제형 준공영제 도입 주장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자신의 교통 분야 공약이기도 하다.
이날 토론회에서 경기도는 기존의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도시들이 지출하는 지원금 규모를 공개했다. 민간버스업체들의 적자 보전을 위해 해마다 1조 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도 광역버스 준공영제 운영을 위해 올해 20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경기도는 이 같은 지원금이 민간버스업체의 배만 불리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예산 지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노선입찰제형 준공영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노선소유권을 경기도가 가지고 민간업체에는 운영만 위임하는 방식이다.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에서 운행수입금을 운행실적에 따라 배분하는 것과 달리, 노선입찰제형에서는 흑자가 날 경우 그만큼의 수입금을 경기도가 가져가서 적자노선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적자가 날 경우 경기도가 예산으로 보전한다.
이 같은 방식의 준공영제에 경기도는 ‘새경기 준공영제’라는 이름을 붙여 올해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추진 방침을 밝혔다. 경기도는 올해 6월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시행방안을 마련한 데 이어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의 의견을 들었다. 올해 9월까지는 시범사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올해 중에 16개 노선에 대한 사업자 선정을 거쳐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16개 노선은 비수익반납 및 폐선 4개 노선, 소외지역 배려 3개 노선, 택지개발지구 신규 면허 9개 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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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투입만 줄인다고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새경기 준공영제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경기도도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버스운영 방식은 일반면허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버스운송사업면허에 따로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노선소유권을 버스업체들의 사유재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경기도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를 노선입찰제로 전환하려면 우선 민간버스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노선소유권을 회수해야 하는데, 그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경기도가 수익이 나지 않아 노선소유권을 반납하는 경우나 새롭게 면허를 발급해야 하는 신규노선을 제외하면 기존 노선에서는 시범사업을 시행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민간버스업체와 지자체가 법정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노선입찰제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입찰에 참여할 버스업체는 그만한 사업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사업역량 중에서도 운행가능한 버스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버스를 입고할 차고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런데 버스운송사업을 운영하지 않는 사업자가 버스와 차고지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노선입찰제를 시행해도 초기 진입장벽 때문에 신규사업자의 진입 가능성은 거의 없고, 기존 사업자들 간에 노선 배분만 조정될 뿐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경기도가 의도하는 대로 민간사업자들의 경쟁을 통한 서비스의 질 향상은 사실상 어려울 수밖에 없다.
버스노동자들의 입장에서도 새경기 준공영제는 불안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입찰이라는 방식의 특성상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쪽이 유리하다.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예산 투입이 적을수록 좋을 수 있지만, 버스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낮은 입찰가격은 곧 임금을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해진 정비를 생략하거나 질 낮은 부품을 사용하고 버스 내구연한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것은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행위이므로 이를 고려대상에서 뺀다면, 인건비를 낮춰 비용을 줄이는 것이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에게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이는 버스노동자에게는 임금의 하락과 노동조건의 후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버스노동자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는 질 높은 교통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고, 경기도가 강조하는 공공성의 강화도 헛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주기적으로 사업자가 바뀌는 것도 버스노동자에게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 경기도는 낙찰자에게 4년의 사업기간을 보장하고 경영평가에 따라 2년을 연장하는 방식의 새경기 준공영제를 구상하고 있다. 이렇게 최대 6년까지 한 사업자가 노선을 운영한 다음에는 해당 노선에 대해 다시 입찰을 시행해 다른 사업자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버스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직업의 안정성이 사라지고 고용불안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물론 입찰 조건에 고용승계를 명시할 수도 있으나, 청소용역업체의 교체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고용승계는 최소한의 고용만을 보장할 뿐 노동조건의 악화를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경기도가 입찰조건에 노동조건 유지를 명시하고, 처우와 복지를 개선하면 가산점을 줄 수 있다고 밝히고는 있으나, 별도의 예산 항목으로 지원하지 않는 한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게다가 세금 낭비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예산 투입을 최소화하려는 경기도의 입장은 사업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준공영제를 시행함에 있어 세금의 낭비를 막고,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중교통을 보편적 복지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교통복지를 확대하려면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기본이다. 그 기본 위에서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