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계간지

2019년 5호 [지부 탐방_전북고속지부] 백수(白壽) 맞이한 전북고속, 전북고속지부는 어떤 한 획 그을 것인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조회 716회 작성일 19-07-31 20:07

본문

백수(白壽) 맞이한 전북고속, 전북고속지부는 어떤 한 획 그을 것인가

복수노조는 갈등 관계 아니라 협력적 관계
버스노동자의 오래된 숙제 노동시간 단축 위해 본차 제도 폐지 요구

86ccc13ce3b67f54d3e47d3e5641f73a_1564571266_8.jpg

승무 제복입고 근무하는 지부장 전북고속지부 사무실 문을 열었다. 승무 제복을 입은 박민철 지부장이 환하게 맞이했다. 박 지부장에게 승무 제복은 자신이 승무노동자, 버스노동자임을 나타내는 자부심이다. 박 지부장은 그러한 연유로 “제복을 입고 근무하는 지부장은 나뿐”이라고 힘차게 말했다. 나아가 박 지부장은 조합원들과 함께 노동자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싶었다. 때문에 박 지부장이 처음 전북고속 사장에게 요구한 사항 역시, 승무노동자들이 제복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는 내년이면 100돌을 맞이하는 전북고속에 대한 자부심, 축적된 100년의 버스노동에 대한 자랑이기도 하다. 물론 기나긴 100년 버스노동 역사만큼이나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100년의 역사에 비하면 비교적 최근이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된 9년 전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전북버스파업’이라고 흔히 부르는 2010년 겨울의 이야기 말이다.

2010년 겨울, 전북버스파업 전북지역 버스노동자들은 2010년 12월부터 버스운수노동을 멈췄다. 파업은 다섯 달여 간 지속됐다. 노사가 갈등을 빚었던 핵심 사안은 근무일, 근무시간 단축이었다. 지금도 버스노동자들이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은 대형 사고를 낳는다.
당시에 노사 갈등뿐만 아니라 노노 갈등도 있었다. 당시 한국노총 전북지역자동차노동조합이 전북지역 버스운송사업조합과 통상임금 문제를 합의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사측이 제시한 위로금 1인당 1백만 원 지급 후 노조 측의 소 취하와 향후 소 제기 포기에 합의를 했다는 것에 반발한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민주버스본부를 만들었다. 박 지부장은 당시 민주버스본부 소속 조합원이었다.

민주노총에서 한국노총으로 박 지부장은 만 3년 후 한국노총 전북지역자동차노동조합으로 돌아왔다. 박 지부장은 계기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교섭권은 과반 수 이상의 조합원을 확보해야 얻는 것인데, 민주노총에서 강하게 요구를 해도 결국 허공에 떠도는 메아리일 수밖에 없었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현장 노동조건, 임금 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인데 이런 사항들이 수용되지 않았다”고 이유를 말했다. 노동조합 각각의 조직화도 중요하지만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박 지부장은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과거의 조합은 항상 편 가르기를 통한 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폐단’이라는 단어를 통해 노동조합이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노동자가 처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박 지부장은 “전북고속이라는 사업장이 바뀌려면 한국노총을 통해 바뀌어야 하고, 바뀌려면 지부장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같이 가야 한다’는 말 현재 전북고속 사업장은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복수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조합원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얼굴 붉히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해당 사업장의 지부장이라면 이런 지점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박 지부장은 “사람들과 적대 관계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같이 공조할 것이 있으면 공조하고 함께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며 “우리가 맞서야할 상대는 이 분들(다른 노조)이 아닌 회사이기 때문에 이유 없이 얼굴 붉힐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보면 박 지부장은 2010년 겨울 전북버스파업 당시에는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파업에 참여했고, 현재는 한국노총에 소속된 지부의 지부장으로 양쪽 경험을 다 한 셈이다. 그렇기에 양쪽을 어우르며 화합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누구보다 많이 했을 법하다. 박 지부장은 “그런 노력이라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똑같은 여건의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개개인의 권리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더불어 “그 쪽 지회장과 만나 식사도 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돕고 공유하자”며 서로 교류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박 지부장에게는 노동조합의 조직화라는 전술적 수단이 노동자들의 노동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와 뒤바뀌면 안 된다는 전제가 항상 깔려 있는 듯 했다.

어떤 한 획을 그을 것인가 내년이면 전북고속은 100돌이다. 2019년 현재는 사람 나이 99세, 백수(白壽)를 맞이한 시점이다. 어찌 보면 白, 흰 백자에 한 획을 그어 百, 100을 만드는 중요한 시간이다. 박 지부장은 전북고속지부가 그어낼 한 획에 대해 주 52시간 제도 정착을 위한 본차 제도 폐지를 준비 중이다. 본차와 예비차의 구분을 없애 어떤 버스노동자도 같은 근무일수와 비슷한 시간의 노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 박 지부장은 믿고 있다. 박 지부장은 본차 제도 폐지 요구와 함께, 회사에 배차 내역을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배차 내역은 버스노동자들의 노동시간과 노동 시스템을 한 번에 파악하기 위한 빅 데이터이이다. 박 지부장은 본차 제도 폐지와 배차 내역 수집을 통한 정확한 통계 자료를 통해 주 52시간 제도를 정착시키고 버스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할 한 획을 조합원들과 그어나가고 있다.
박 지부장의 노력은 그의 책장에서 볼 수 있었다. 그의 책장 한 편에는 공약이 담긴 파일이 꽂아져 있다. 박 지부장은 10개월 전 출마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지금도 틈틈이 파일을 열어보곤 한다. 그리고 공약의 첫 장에는 “조합원이 먼저인 조합, 기본과 원칙이 있는 조합, 함께 참여하는 조합, 공정하고 투명하며 신뢰를 주는 조합”이 이정표로 새겨져 있다. 그 때문일까? 박 지부장과 지부운영위원들은 서로를 독려하며 조합원들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발걸음을 지금 이 순간에도 힘차게 내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