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계간지

2019년 5호 [지부 탐방_오산교통지부]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오산교통지부'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조회 621회 작성일 19-07-31 18:42

본문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오산교통지부’

내실을 다져 하나 된 노동조합으로 만들 것

2017년 7월 9일 오후 2시경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발생한 M버스 7중 추돌사고를 기억하는가. 이 사고는 희생자의 안타까움 죽음 이외에도 버스운전기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그해 2월 정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공포해 버스기사의 1일 연속 휴식시간을 8시간으로 의무화 했으나, 이에 대해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하 자동차노련)은 이후 버스업체에 대한 관리·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밝혔다. M버스 사고를 계기로 육상운송업 중 유일하게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노선버스운송업. 이 사안의 중심에 있던 오산교통은 2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김옥랑 오산교통지부장을 만나보았다.

86ccc13ce3b67f54d3e47d3e5641f73a_1564570202_34.jpg

특례업종 제외 이후, 변화 기대 했으나 M버스 7중 추돌사고의 원인은 버스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이었고, 그 이면에는 노동자의 과잉업무를 강제하는 복격일제가 있었다. 오산교통 버스운전기사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6시간. 이들은 하루업무가 끝나면 이후 5~6시간 자고 일어나서 곧바로 16시간 업무에 투입되었다.
사고 이후 오산교통의 근무제는 격일제로 바뀌었다. 현재 오산교통 버스운전기사들의 근무일수는 평균 17일이었던 작년에 비해 15일로 줄었고, 한 달 동안 평균 288시간을 근무했던 이들은 현재 대략 250시간 정도의 근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김옥랑 지부장은 “여전히 일부 기사들이 장시간 근무에 노출되어 있다”며, “격일제가 보여주기 식 임시방편일 뿐 실질적인 대안이 되고 있진 않다”고 말한다. 김옥랑 지부장은 회사 측의 과도한 징계를 원인으로 꼽았다.

승무정지, 과잉업무로 이어지는 징계처분 “단순한 접촉사고로 승무정지 7일을 받아요. 다른 회사 같으면 시말서 쓰고 넘어갈 부분인데. 이전에는 어쩌다 사이드미러 깨지면 2~3만 원 들여서 기사들이 자체적으로 수리하고 말았어요. 근데 이제는 아주 경미한 건이라도 회사 측에서 즉각 징계처분을 내려요. 3개월 동안 무사고여야 기사들이 무사고수당 36만 원도 지급 받는데, 요즘은 이거 받기도 어렵구요.”
현재 오산교통지부의 조합원 수는 166명이다. 2019년 이래로 오산교통에서 징계처분을 받은 기사는 총 28명. 징계자의 평균 승무정지기간은 대략 40일이다. 회사가 징계자에게 승무정지 처분을 내렸을 때, 이들의 운행코스를 대신 돌아야 하는 건 기존 버스기사들이었다.
오산교통은 대형버스, 중형버스, 준중형버스 운전자가 나뉘어 있는데, 이 중 대형버스 운전자는 전체 조합원의 약 25% 수준으로 다른 차종에 비해 인원이 적다. 김옥랑 지부장은 “만약 대형버스 운전자가 징계를 받을 경우, 대체인력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장시간 근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버스기사들이 격일제 근무를 온전하게 보장받는 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16일 만에 끝난 파업 지난 3월 오산교통지부 조합원들은 93%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하고 7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주요 언론에서는 파업의 원인을 임금인상에 대한 노사 갈등으로만 다루었으나, 이외에도 지부는 1년 미만 촉탁근무자에 대한 부당계약 시정과 중형·준중형버스 근무일수 단축을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파업을 통해 대형버스 기사 정액 34만 원, 중형버스 기사 정액 31만 원과 상여금 등을 포함해 평균 43만 원 정도의 임금인상안 합의를 이끌어내긴 했으나, 요구조건으로 내걸었던 다른 사안에 대한 합의는 어려웠다.
“시에서 관광버스 30여 대, 그다음엔 70여 대를 투입하는데 파업을 지속하긴 어려웠죠. 노동조합과 함께 풀어갈 마음이 있었다면, 오산시가 대처를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오산교통지부는 “회사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촉탁근무자와의 계약에서 퇴직금 발생을 막고자 1년이 되기 전에 권고사직을 권유하고, 이를 수용하면 이후 재취업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유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무일수에 대해서는 “대형·중형·준중형버스의 기존 근무일수 13일·15일·17일을 모두 13일로 바꾸자고 요구했지만, 13일·14일·16일 합의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6월 오산시는 오산교통에 지방자치단체와 버스업체가 수익금을 공동 관리하고 재정을 지원하는 준공영제의 조기 도입을 해결안으로 제시했으나, 오산교통지부는 “현재 드러나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고 도입되는 준공영제는 실질적 해결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픔에서 다시 일어서는 노동조합 지난 해 7월부터 노선버스운송업이 노동시간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기형적인 근무환경 또한 바로 잡힐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300인 이상의 사업장부터 먼저 시행했고, 50인 이상 300인 미만은 2020년 1월 1일, 5인 이상 50인 미만은 2021년 7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오산교통은 300인 미만의 사업장에 해당한다. 인력과 재정문제의 해결을 위해 김옥랑 지부장은 가장 먼저 조합원들의 연대를 말했다.
“지금은 조합원들이 하나 되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김옥랑 지부장은 상대적으로 남성비중이 높은 버스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지부장이다. 그는 “조합원 개개인의 목소리에 공감하고 경청하는 자세를 잃지 않겠다”는 말과 동시에 “주 52시간제 도입이 원만하게 추진되기 위해서, 조합원들 사이에 건강한 노동환경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문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결국 다들 잘살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건강하고 튼튼한 조합이 되도록 내실을 다지며 안전하고 편하게 근무할 수 있는 사업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