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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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호 [이슈 인터뷰 - 민만기 버스운수산업위원회 위원장] “버스는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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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1,105회 작성일 19-11-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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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

‘국민의 발’ 버스, 공공성·투명성·안전성 동시 달성해야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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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는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버스운수산업위원회 발족식 및 제1차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버스운수산업위원회 발족은 지난 10월 11일 경사노위 제5차 본위원회 의결에 따른 것으로, 버스운수산업위원회는 출범하기 전에 이미 십여 차례의 준비회의를 거친 바 있다.
버스운수산업은 주52시간 상한제 시행에 따라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버스 운행에 필요한 재원의 상당 부분을 지자체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52시간 상한제 적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력 충원 등을 놓고 노사 간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버스운수산업 노사를 비롯한 이해당사자들은 갈등보다는 선제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를 통해 버스운수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물론, 대중교통의 서비스 질 향상, 안정성 확보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위원장님께서는 교통 문제 관련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위원장님을 <자동차노련 현장&대안>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십시오.

“녹색교통운동에서 교통운수분야 시민운동을 93년도부터 해왔습니다. 녹색교통운동은 교통 관련 안전, 평등, 환경을 통해 시민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민단체입니다. 신체적인 약자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약자들도 시민들의 기본권인 교통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교통으로 인한 혼잡, 대기오염 등의 환경, 에너지, 도시 환경 문제까지 의제를 확대해 시민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 버스운수산업위원회는 버스를 포함한 교통 문제를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는 기구입니다. 왜 이러한 문제를 사회적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버스운수업은 주52시간 상한제 시행에 따라 큰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그간 노선버스는 특례업종으로 지정돼 장시간 노동이 가능했지만, 법 개정으로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주52시간 노동시간 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이죠.
정부에서도 제도의 시행과 정착을 위해 지원을 한다고는 하지만 갑작스러운 인력 확보가 어려운 점들이 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노동시간 축소가 임금 등 근로조건의 저하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세울 수밖에 없고요. 국민들은 장시간 노동을 막아 버스 사고를 예방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세금을 투입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해당사자들의 사회적인 대타협이 필요하고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방향의 정립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예전에는 민간 기업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차량으로 버스를 운행하고 그에 따른 요금을 받아 운영해 왔다면 지금에 와서는 대중교통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훨씬 더 커졌죠. 버스는 ‘국민들의 발’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가지고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하죠. 따라서 버스는 더 이상 민간의 영역이 아닌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그 권리를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럼에도 ‘정부의 퍼주기’가 되지 않도록 투명성을 입증하고, 공공성 및 안전성을 부여해야 하는 거죠. 즉, 국민의 세금이 국민을 위한 투자로 나아가야 합니다.
또한, 버스운수업에 국민의 세금이 투자된다면 과거 버스에 부여됐던 과도한 독점권을 공공화시켜야 할 필요도 있죠. 물론, 그것이 강압적이어서는 안 되고 한 번에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들 간 충분한 토론을 거쳐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문제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생긴 지금이 적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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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운수산업위원회는 지난 제1차 전체회의에서 버스운수종사자의 인력 확보뿐만 아니라 능력개발을 통한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논의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버스운수산업위원회가 앞으로 이해당사자들과 논의하게 될 의제는 △버스운수업 공공성 강화 △운수종사자 인력 양성과 능력 개발 △버스교통의 서비스 및 안정성 제고입니다.
이 세 가지 중 인력 양성과 능력 개발 부분은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주52시간 상한제를 시행하면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측면이 있고 여기에 단순히 인력 확보만 하는 게 아니라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 노동자들의 숙련 양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면 운전과 관련된 기술교육뿐만 아니라 노선에 대한 숙지 과정도 있죠. 여기서 말하는 노선 숙지라는 것은 길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각 노선에 존재하는 위험요인을 파악하거나 승객이 몰리는 정거장을 파악하는 등 승객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추가로 응급 사태에 대한 대처 교육도 포함되고요.”

- 버스운수산업위원회 의제들 중에서 이해당사자들 간에 쟁점으로 부각될 의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가장 큰 쟁점은 앞서 계속 강조했던 것처럼 인력을 확보하는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인력을 빨리 확보하기에 급급하면 운전자들의 숙련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숙련된 노동자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인력 확보에는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문제가 순차적으로 발생하게 되고요. 재정 지원 확대는 곧 세금 지원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버스의 공공성, 투명성, 안정성 등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차례로 마련돼야 합니다.”

- 교통 문제, 특히 대중교통 문제에 있어서는 지역별로 편차가 크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지역 단위에서 풀어가야 할 문제도 많을 텐데, 이런 문제를 지역 단위가 아닌 중앙 단위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논의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물론, 버스운수업과 교통의 운영 및 관리 등은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영역에 속하는 게 많습니다. 버스운수산업위원회에서 논의할 의제들은 지방자치단체보다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의제들이 대부분인데, 제도의 개선 등은 중앙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거죠.
버스운수산업위원회에서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월권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축소돼 있는 중앙정부의 책무를 확대하고 제도 개선 등 중앙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는 겁니다. 여기에 추가로 지방자치단체가 안전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해 공통적으로 가져가야 할 권고 사항을 만들어 나가는 일도 해나가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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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 문제는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고, 특히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이견 조율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위원장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거우실 텐데, 앞으로 1년간 버스운수산업위원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고자 하시는지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방적으로 한 가지 방향을 관철하려고 하지 않고 이해당사자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고충이나 현실, 앞으로의 대안 등을 논의해서 합의할 수 있는 방향을 만들어가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위원장으로서 이해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이해당사자들이 상대방의 이야기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와 토론의 장을 만들어내서 공통분모를 확대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합의안을 만들어서 사회적인 공감대를 가지고 이행해 간다면, 현행법을 넘어서야 하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법을 고쳐서라도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제도 변화를 위한 이해당사자들의 사회적 대화가 익숙하지 않은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버스운수산업위원회 활동에 임하는 노동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도로상의 교통문화가 훌륭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버스노동자들에게 있어서는 도로가 곧 직장 아니겠습니까. 노동자들이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나아가 교통문화를 개선하는 것에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고, 안전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해 필요한 훈련 등의 문제를 불필요한 것으로 보지 말고 노동자들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문제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노동계에서는 근로조건 저하를 막고 고용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단결하고 노력하시겠지만, 결국 버스 문제 해결은 공공성 강화로 이어질 겁니다. 버스의 안전과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도록 자발성과 책임감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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