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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호 [지부탐방_문경여객지부]20년 노조 운영의 노하우,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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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574회 작성일 19-11-1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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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노조 운영의 노하우, ‘소통’

문경여객은 어르신의 발 …
안전이 최우선 지자체 보조금에 의존 … 준공영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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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 경북 문경시 흥덕동에 위치한 문경여객 대합실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정답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대합실을 지나쳐 2층에 위치한 노동조합 사무실에 들어서자 황경섭 지부장이 반갑게 맞이하며 악수를 건넸다.
노동조합 사무실 한쪽 벽에는 경북 산업평화대상 시상식 사진이 크게 걸려 있고, 그 옆에는 조합원 현황표가, 탁자 위에는 주요 일간지 및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소식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노동조합 사무실이라면 으레 갖추고 있는 물건들로 둘러싸인 곳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가 익숙하지 않다며 자못 쑥스러워하던 황 지부장이었지만 조합원과 노동조합 이야기가 나오자 담담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잔소리꾼’ 노조지부장이 된 사연 문경여객에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은 1985년 6월 18일로, 문경여객 법인이 설립된 1985년 4월 20일 이후 약 두 달 만의 일이었다. 현재 조합원 수는 56명이며 이들의 눈과 귀가 되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황 지부장은 87년에 문경여객에 입사했다. 2000년 6월 1일부터 선배들이 일궈놓은 노동조합에서 지부장을 맡아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노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황 지부장은 지난해 5월 31일 7선에 성공하고 현재 일곱 번째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황 지부장은 스스로를 ‘잔소리꾼’이라고 표현했다. “안전 운행해라, 승객이 앉으면 출발해라, 급제동하지 마라” 등의 잔소리를 조합원들에게 반복하기 때문이다. 황 지부장이 잔소리꾼이 된 이유는 문경여객을 이용하는 승객 대부분이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기 때문이다. 황 지부장은 “어르신들의 발이 되는 운송수단인 만큼 안전운행이 가장 첫 번째”라고 강조한다.
조합원들에게 급작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는 대신 운전대를 잡기도 한다. 황 지부장은 “조합원들의 길흉사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해주는 것, 그에 따른 어려움이 생겼을 때 이를 대신해 주는 것도 지부장의 일”이라며 “가능하면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원들 말에 귀를 기울이는 만큼 노동환경 개선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문경여객은 소규모 운수회사지만 곳곳에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깃들어 있다. 2010년에는 자동세차기를 도입했고, 식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구내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운행 차량 35대에 대한 철저한 정비를 위해 4명의 정비사를 두고 있다.
황 지부장은 문경시가 지원하는 해외 연수에 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기도 하다. 노조 규모는 크지 않지만 4년에 한 번씩 조합원 2명을 유럽으로, 매년 조합원 4명을 필리핀, 일본, 베트남 등으로 해외 연수를 보내고 있는 것은 문경여객지부의 특별한 자랑거리다. 기존에는 소수에게만 제공되던 문경시의 해외 연수 지원을 버스노동자에게까지 확대한 것은 황 지부장의 보이지 않는 노력 덕분이다.

62세로 정년을 연장하다 최근 지부에서는 공동교섭과 별도로 소노사협의회에서 정년연장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기존에 60세였던 정년을 올해 교섭에서 62세로 연장했다. 황 지부장은 “경북 도내 시내버스 13개 노동조합 중 처음으로 정년연장을 이루어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정년연장에 대한 사측의 반대도 있었다. “회사에서는 우리가 이직률도 낮고 촉탁을 5년이나 주는데 굳이 정년연장이 필요하냐는 입장이었다. 거기다가 정년연장을 하게 되면 경북 시내버스 중 처음으로 정년연장을 시행하는 것이어서 다른 시내버스 사용자들의 눈치가 보인다는 이야기도 했다.” 황 지부장은 회사를 계속 설득했다. “지금 노조에 60년생이 3명, 62년생이 5명 있다. 단협은 2년에 한 번 진행하기 때문에 올해 단협에서 정년연장을 쟁취하지 못하면 당장 정년을 앞둔 조합원들이 촉탁으로 전환된다는 시급한 마음이 들어 회사를 집요하게 설득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열매를 맺어 정년연장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민은 있다. “문경은 시(市)이긴 하지만 시골이기 때문에 오후 10시만 돼도 승객이 없다.” 늦은 시간 이용 승객이 적어 주 52시간 도입 및 노동시간 단축이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지만 시 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황 지부장은 버스 준공영제가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 내 자녀 학자금 제도 마무리하고파 황 지부장에게 20년 가까이 지부장을 하면서 쌓은 노동조합 운영의 노하우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소통”이라고 답했다.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정기대의원대회는 물론 밥을 먹는 식당에서도 조합원들과 소통을 이어간다. 황 지부장은 “조합원들과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에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며 “주말에도 출근해 조합원들이랑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들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회사와의 소통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매년 노사가 함께하는 등반대회를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는 1박 2일 설악산 나들이를 노사가 함께 했다. 노사가 함께 우수조합원 선정 기준을 마련해 분기마다 친절기사를 뽑아 상금과 표창을 전달한다. 시에도 자주 찾아가 시장과의 면담 등을 통해 버스노동자들의 애로사항을 전하고 있다. 황 지부장은 “시 보조금에 70% 이상 의존하고 있는 만큼 노정 관계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황 지부장은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사업으로 “조합원 자녀 학자금 제도”를 꼽았다. 8년 전 노사협의를 통해 외지 숙박을 폐지한 이후 이직률이 감소하고 젊은 입사 지원자가 늘어나 자녀 학자금에 대한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황 지부장은 “조합원 자녀 학자금 정도는 임기 안에 꼭 마무리 짓고 싶다”며 “조합원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더욱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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