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계간지

2019년 6호 [노조가 간다_ 노조의 사회적 역할 ] 일본은 ‘걸림돌’ 아닌 ‘디딤돌’보이콧 재팬엔 노사 구분 없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조회 521회 작성일 19-11-13 21:23

본문

일본은 ‘걸림돌’ 아닌 ‘디딤돌’
보이콧 재팬엔 노사 구분 없다

서울시내버스 7,400여 대 스티
부착노동현안 아니지만 조합원들 적극지지

c270d460fbdf7abd7f1421681bac702c_1573647781_15.jpg 

“그동안 노동조합에서 여러 사업을 벌여왔지만 이번만큼 조합원들의 지지가 높았던 사업은 없었다.” 유재호 서울시버스노조 노사대책국장은 서울시 버스 노사가 공동으로 추진한 ‘보이콧 재팬(Boycott Japan)’ 운동에 대해서 이와 같이 총평했다. 서울시 버스 노사는 지난 8월 15일부터 한 달 반 동안 서울시 버스 7,404대 차량 내부에 ‘일본 안 가기, 일제 안 쓰기’ 스티커를 부착했다. 노조가 노동현안이 아닌 내용으로 스티커를 붙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사가 함께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서울시 버스 노사에게 스티커 부착 사업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스티커 부착 사업을 기획한 이태주 서울시버스노조 부처장은 “보이콧 재팬 운동이 빠르게 확산하는 국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했다”고 말했다. 노사가 공동으로 스티커를 부착하자는 제안을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홍상훈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차장은 “외교적으로 보아도 노사가 합심해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며 “조합 내부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반대가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시 버스 노사는 스티커 제작에 드는 비용도 반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다만, 노사가 스티커 부착을 합의하더라도 서울시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서울시내버스 부착물에 대한 통제권은 서울시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노사는 “스티커를 뗄 때 떼더라도 일단은 붙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스티커는 광복 74주년인 8월 15일 일제히 부착됐다.

일본은 ‘걸림돌’ 아닌 ‘디딤돌’ 서울시 버스 노사는 스티커에 ‘일본 안 가기! 일제 안 쓰기!’라는 구호와 함께 ‘대한민국에 일본은 걸림돌이 아닙니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내일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디딤돌일 뿐입니다’라는 문구를 담았다. 특별히 일본을 비난하기보다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국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담고자 했다. 이태주 부처장은 “당시 보이콧 재팬과 관련한 문구들은 비난 일색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우리가 당하는 게 아니라 반도체 부품 국산화처럼 소중한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꼭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스티커 부착 뒤 노조에는 메일과 전화 등을 통해서 “잘했다”, “자부심을 느낀다”는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
실제로 이번 사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공감 수준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성완 제일여객지부 조합원(50)은 “버스기사는 노동자이기 전에 국민이다. 국민으로서 부당하고 잘못된 것을 알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만재 동해운수지부 조합원(47)은 “일본 문제에 대해서는 노사나 지역 등 구분이 없다”며 “노조가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국가의 이익을 위해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업주들의 적극적인 응원도 이어졌다. 이태주 부처장은 “한 사용자로부터 전화가 와서 ‘너무 잘했다’며 도리어 ‘겨우 두 군데가 뭐냐. 버스 전면에도 스티커를 붙이자’면서 디자인 시안을 보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달 간 이어진 스티커 부착 한편, 서울시엔 적지 않은 민원이 쏟아졌다. 이태주 부처장은 “스티커 부착 뒤 20여 일이 지난 뒤 서울시로 민원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시민이 세금을 내는 버스가 일방적인 주장을 싣는 것이 맞느냐’, ‘감사원에 고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기사화 되지 않았지만 보수 언론 두 곳에서도 취재를 해갔다”고 밝혔다. 홍상훈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차장도 “서울시에서 스티커를 떼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서울시의 입장이 곤란하다’며 세 차례 전화가 왔다”고 했다. 노사가 스티커를 부착한 지 한 달 반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노사는 이후 스티커 부착은 사업장 자율에 맡기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향후에도 노사 공동의 현안에 대해 의기투합하기로 했다. 유재호 서울시버스노조 노사대책국장은 “조합원의 노동조건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더라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목소리가 있다면 노조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홍상훈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도 “준공영제나 차량 내 사고 예방 등 노사 공통의 현안에 대해선 노사가 합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