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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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호 [발간사] 정의로운 사회,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행복한 사회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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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643회 작성일 19-08-0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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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사회,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행복한 사회이길

버스교통은 국민의 발입니다. 몸으로 따지면 모세혈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며 작은 막힘과 혼란도 건강에 직결되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버스교통의 건강이 민간과 지자체에 온전히 맡겨지며 우리는 여기저기 잔병치레를 거듭했습니다.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지역은 그나마 공적 개입과 역할이 부여됐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사업장은 우리나라 최고의 장시간 운전과 저임금 체계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버스노동자는 무거운 눈꺼풀과 가벼운 지갑에 시름했고 국민들은 생명의 위협과 불친절에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노선버스가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것은 단순히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것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노동과 삶이 대우받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보장받는 새로운 시대를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지난해 7월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후, 더 이상 죽지 않고 더 이상 슬퍼하지 않는 노동과 삶을 위해 1년의 시간을 달려왔습니다. 노사정 간 깊이 있는 협의를 하고 국회와 대중교통의 근간을 바꾸는 법률 개정을 논의했으며, 국민들과 버스운전기사의 노동과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100여 년간 이어온 버스교통의 관성과 고정관념은 쉽사리 바뀌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는 연맹 역사상 최초의 전국 공동투쟁으로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국민들에게, 국회의원에게, 정부를 책임지는 고위 공무원들에게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들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던 것들을 바꿔내며 전진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는 ‘절대’ 버스운수업에 재정을 지원하지 않을 거라던 우려의 목소리를 씻어내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고 노회찬 전 국회의원 1주기 추모식이 있었습니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이 이야기했던 이른 새벽녘 투명인간처럼 일터로 나가는 ‘6411번 버스’의 승객들. 그리고 그들의 삶과 노동을 위해 더 빠른 시간에 나와 운전대를 잡았던 6411번 버스운전기사와 또 다른 번호의 버스운전기사들.
노동시간 단축, 일과 삶의 공존이라는 ‘워라밸’을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함께하는 버스운전기사들이 함께 누리지 못한다면 그게 정말 ‘정의로운 사회’일까요?
아직 버스노동자들이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손을 맞잡고 산을 넘어 강을 건너 걸어간다면 길은 그만큼 줄어들 겁니다. 어제의 내일이 오늘이듯, 오늘은 우리가 가야 할 내일의 시작입니다. 항상 현실에 발을 딛고 오늘을 바꿔나가는 일상의 삶 속에서 동지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2019년 7월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류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