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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호 [산하조직 탐방_광주전남지역노조] 대화와 설득, 에둘러 가도 가장 정확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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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1,466회 작성일 19-07-3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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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와 설득, 에둘러가도 가장 정확한 길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 다해야 지지 받을 수 있다

지난 5월, 한국사회의 관심은 온통 버스로 집중됐다. 4월 29일 전국 11개 버스 노조는 일제히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하고 5월 15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동절로부터 2주간. 버스 노사와 정부는 숨 가쁘게 교섭을 이어갔다. 총파업 하루 전인 5월 14일 교섭은 극적으로 타결됐다.
광주전남지역도 마찬가지였다. 긴박했던 교섭 속, 광주전남지역노조(위원장 박춘용)는 ‘비용 증가로 끙끙 앓는 버스회사’와 ‘예산부족으로 골머리 싸매는 지자체’ 사이에서 부단히도 조정점을 찾으려 했다. ‘대화’의 가능성을 믿고 우직하게 노력한 결과 교섭은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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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같지 않은 버스노동자의 힘 광주전남지역노조 박춘용 위원장은 지역 버스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었다. 지역에서 버스가 유일한 운송수단이면서, 거주 인구가 넉넉했을 때는 버스노동자의 힘이 강했다. 잠시라도 버스가 멈추면 주민들의 불편은 아우성이 되어 회사와 지자체를 압박했다. 그러나 지금은 버스뿐만 아니라 관광버스나 자가용 등 대체 운송수단이 늘었다. 더욱이 지역주민도 많이 줄었다.
“80~90년대 초에는 파업을 하면 여수 같은 경우에는 지역기관장이 대책회의를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파업을 해도 무관심합니다. ‘너희 파업할 테면 해봐라, 얼마든지 대체 교통수단이 있다’는 거죠.”
또한 박춘용 위원장은 2004년 서울을 시작으로 광역도시에 준공영제가 도입된 이후 지역버스노조의 교섭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광역도시에서 준공영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서울이나 부산 등 6대 도시에서 파업을 하고 요금이 인상되면 지방도 힘을 받아서 교섭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준공영제 실시 이후로는 6대 도시가 쭉 빠진 겁니다. 그러니까 지방정부가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중앙정부가 끄떡 않는 거예요.”

지역버스 노동자의 목소리를 모으자! 조건이 변했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박춘용 위원장은 작은 목소리라도 함께 모아서 낸다면 힘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 단계로 임금시효를 사업장별로 그리고 업종별로 동일하게 맞추는 작업을 진행했다. 광주전남지역의 경우에는 여태껏 사업조합이 있었지만, 실제 교섭은 지역노조와 각 사업장이 대각선교섭으로 진행했다.
“어떻게 보면 허공에 메아리였습니다. 단위사업장 대표를 할 때부터 최소한 우리 업종이라도 모아서 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역노조 위원장이 되어 보니 임금시효가 사업장마다 달라서 어떤 데는 6월 말이고, 어떤 데는 3월 말로 돼 있었죠. 말하자면 조정을 내서 한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 각자 임금시효가 안 맞으니까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겁니다.”
박춘용 위원장은 임금시효를 12월 말로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반기에 임금교섭을 진행할 경우, 8월에 최저임금이 고시되면서 다시 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버스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상황에서 거기에 맞춰 교섭하기 위해서는 12월 말을 임금시효로 할 필요가 있었다. 현재는 금호고속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은 임금시효를 맞췄다. 과정이 평탄하지는 않았다. 임금시효를 조정함에 따라 손해를 보는 조합원들이 발생하는데, 이들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끊임없는 설득이 필요했다.
“현장 조합원들과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근무가 끝난 후 한밤중에 만나기도 했죠. 특히 농어촌버스 같은 경우는 3일 근무하고 하루 쉬는 경우도 있어 한 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대화를 시도했죠. 왜 우리가 이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지 설득했습니다.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목소리를 낼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죠. 왜 우리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양보를 해야 하느냐는 반응도 없진 않았어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잘한 판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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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유지하고 노동시간은 줄이고 작년 3월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노선버스운송업이 제외됐다. 이에 따라 올해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주52시간제가 시행되었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300인 미만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도 적용된다. 주52시간제 시행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인력부족 문제였고, 크게 논란이 일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버스기사가 더 필요해졌는데 당장 수급이 가능하냐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박춘용 위원장은 인력수급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문제의 핵심은 버스노동자의 노동조건이고, 노동조건이 좋아지면 기사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시내버스를 기준으로 만근은 13일이었지만 추가근무를 해서 15일을 채우는 게 표준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버스기사들은 평균 17일 가량 일했습니다. 추가수당 때문이죠. 15일 근무로는 월급이 240만 원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거기서 2일을 더 일해야 280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 근무를 더하고 싶어도 못하게 돼 월급이 깎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동조건이 나빠지면 버스기사 확충도 어려울뿐더러 현재 인력도 다른 업종으로 빠질 것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노동조건만 개선되면 충분히 관광버스나 화물차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버스업계로 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춘용 위원장은 초과근무 시 받던 임금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교섭을 이끌었다. 업종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다. 시내버스는 13일 만근에 하루 16시간 근무, 농어촌버스는 17일 만근에 하루 13시간 근무, 시외버스는 19일 만근에 근무시간은 버스업체의 조율로 정해진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월 평균 근무시간을 비교해보면 대동소이하다. 업종별로 구체적인 조건은 조금씩 다르지만, 근무강도는 비슷하기 때문에 임금수준도 모두 1호봉을 기준으로 290만 5천 원 수준으로 맞출 수 있었다.
“근무시간이나 근무일수를 따져보면 근무강도는 비슷해요. 농어촌버스는 운행시간이 짧고 또 운행횟수도 적어 여유가 있는 대신 17일을 근무하죠. 반대로 시내버스는 13일을 근무하는 대신에 조금 바쁘게 일을 하는 편입니다. 시외버스는 업체끼리 운행시간을 조율하기에 한 업체가 마음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근무형태는 다소 다르지만 시간이나 근무일수를 따지면 근무여건이나 강도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임금도 그렇게 맞춰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부단한 대화, 교섭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 박춘용 위원장은 대화를 교섭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일차적인 과제는 공통된 현실감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다. 제도적 변화에 따라 사업주, 버스노동자, 지자체가 어떤 현실에 처하게 되는지를 이해시켰다.
“2020년이면 대부분의 사업장들이 주52시간제를 준수해야 하니 2018년부터 점진적으로 대응해가자고 합의했습니다. 예산확보는 둘째 치고, 우선 방향성에 대해 충분히 논의했습니다. 현재 임금처우는 이러한데, 노동조건이 법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 시·군이 노조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한 거죠. 그렇게 노동위원회에서 조정을 냈고 시·군도 협조를 했습니다. 사업주에게도 ‘우리의 요구가 정당하다면 인정해라. 그런데 재원이 없다면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말하면서 노조의 입장을 이해시켰습니다. 그러다보니 노동위원회에서도 물러설 게 별로 없었습니다. 노조안에서 큰 양보 없이 합의할 수 있었던 거죠.”
버스업체가 운행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은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운송업을 운영하는 데에는 대부분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은 중앙정부에서 지원해준다. 결국은 지역 노사정이 뭉쳐서 중앙정부를 설득해야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다. 박춘용 위원장을 이런 사정을 꿰뚫어 봤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지원만 갖고는 근무조건이나 임금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어렵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준공영제를 하고 싶다고 해도, 예를 들어 인근의 광주광역시의 경우에는 몇 백억 단위로 재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작은 지자체는 엄두를 못 내는 거죠. 하지만 예산의 용처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것이 맞습니다. 결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어떤 대안이 나오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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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건 시민의 지지 이런 조건에서 버스노동자의 근무조건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에게 달려 있다. 박춘용 위원장은 시민의 지지를 위해서는 버스노동자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면서 현장의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된 버스기사의 역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결국 시민들의 지지는 일선의 조합원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시민들한테 인정을 받으면서 정당한 요구를 하면 우리의 목소리를 반드시 들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몇 년 전 모 지역에서 총파업이 벌어졌을 때, 시민들은 불편해도 좋으니까 시내버스에 지원하면 안 된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파업이 장기간으로 흘렀죠. 시민을 우리 편으로 만들지 않으면 앞으로 아무것도 못합니다. 조합원 여러분들도 여러분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할 일을 해야 합니다. 노동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어렵지는 않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