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호 [동호회 탐방] 족구, 서툴러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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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889회 작성일 19-05-08 16:13본문
족구, 서툴러도 괜찮아!
동해운수지부 일심(一心) 족구 동호회
족구는 한국에서 생겨난 유일한 구기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기록에 따르면 삼국시대부터 족구의 원형이 되는 형태의 운동을 했다고 하니 그 역사가 굉장히 길다고 짐작해 볼 수 있다. 두 팀 간 네트를 두고 머리나 발을 이용해 상대 팀으로 공을 넘겨 많은 점수를 얻는 팀이 승리를 얻는 운동이다. 운동을 한다고 하면 준비해야 하는 장비가 많은데, 족구는 공과 운동화만 있으면 간단히 즐길 수 있다. 운동을 한다고 하면, 왠지 모를 경쟁심이 솟아오른다. 올라가는 상대방의 점수를 보게 되면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욕심도 생긴다. 운동 경기에서 승부를 겨루지 않는다면 의욕이 다소 사그라드는 면이 있다. 여기 올라가는 점수보다 웃음이 더 많이 나는 운동 동호회가 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동해운수지부의 일심(一心) 족구 동호회는 “우리 동호회는 친목 빼면 시체”라고 자부한다.
잘 먹고, 잘 놀자!
동해운수에는 기존에 족구 동호회가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체계가 부족했고, 운동만 하니 친목을 다지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일심 동호회는 기존의 족구 동호회에 체계를 부여하고, 동료들과 친목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창립했으며 올해로 3년째 활동하고 있다. 원년 멤버 12명으로 시작한 동호회는 현재 정회원 27명과 예비회원 6명, 총 33명으로 수가 증가했다.
매달 두 번씩 동해운수 사무실이 위치한 일산 인근에 있는 두 곳의 족구장에서 토요일에 족구 활동을 한다. 토요일 오전 근무 후 합류하거나 당일 휴일인 회원들이 모여 오후에 3~4시간 정도 게임을 진행한다.
김혁연 일심 동호회장은 “족구 자체는 인원이 많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축구를 하려면 무조건 인원 10명이 필요한데, 족구는 4명만 있어도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정환창 일심 동호회 총무는 “다른 운동 같은 경우는 점수를 내기 위해서 몸싸움을 하다 보면 부상을 입는 경우가 생기는데 족구는 다른 운동에 비해 과격한 편이 아니어서 다칠 확률도 적다”며 “지금까지 족구를 하면서 다친 사람이 없다는 것이 증거”라고 설명했다.
족구는 야외 운동이다. 지금과 같이 화창한 날씨는 운동하기 더 없이 좋지만, 여름과 겨울에 비나 눈이 온다면 운동하기 쉽지 않다.
김혁연 회장은 “1년 중 1월과 2월은 부상의 위험성이 있어 동호회 활동을 잠시 쉰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피할 수 있는 다리 밑 족구장을 찾아가거나 인조잔디가 깔린 족구장에서 비를 맞으면서 족구를 한다”며 “비 맞으면서 하는 족구는 하나의 낭만으로 작용한다. 족구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점수내기보다는 웃음이 최고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을 할 때 피할 수 없는 것이 승부를 가르는 것이다. 족구는 양 팀으로 나눠 15점까지 누가 빨리 도달하느냐를 두고 치열하게 경기를 한다. 하지만, 일심 동호회는 기존의 족구 동호회와는 차이가 있다. 정환창 총무는 “우리 회원들은 평균적으로 보면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게임을 하면서 점수 1점을 내기 위해서 5~10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운동을 하면 실력이 오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심은 실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심 동호회가 자랑하는 무엇일까. 김혁연 회장과 정환창 총무는 이구동성 ‘친목’이라고 답했다.
정환창 총무는 “우리 동호회는 제일 웃음꽃이 많이 피고 즐거운 동호회”라며 “활동사진들을 보면 하나같이 다 웃는 얼굴이어서 다른 동호회보다 자신 있게 강조할 수 있는 건 웃음꽃이 많이 피는 것”이라며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친목은 회원들에서 그치지 않고 가족들에게까지 전해졌다. 친목의 밑바탕에는 부인들의 호응이 있었다. 김혁연 회장은 “처음에는 남자들인 회원들 위주로 진행됐지만, 지금은 부부들이 함께 와서 어울린다”며 “이런 모습들이 화목함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소개했다. 남편들이 즐겁게 족구를 하고 있는 한 편에서는 부인들이 음식을 준비해 와 그들을 위한 간식도 만들고 그 동안의 사정들을 공유하며 서로 간의 정이 더 끈끈해졌다는 것이다.
일심 동호회는 동해운수에서 근무하는 버스기사들과도 함께 음식을 나누는 행사도 진행한다. 정환창 총무는 “지난 4월 6일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해물전, 부추전, 김치전을 만들었다. 기사들이 모두 보는 동해알림방에 족구를 하지 않더라도 막걸리 한 잔 하러 오라고 초대했다”며 “두세 달에 한 번씩 모든 기사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가져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호회 회원에 의외의 인물도 있었다. 버스기사가 아닌 동해운수 과장이다. 버스기사들만 모인 동호회에 관리를 담당하는 과장이라니, 생소할 법도 하다. 정환창 총무는 “회원들이 조가 다르면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 회사에서 동호회를 위해 조를 맞춰주며 많은 협조를 해 준다”며 “회사와 관계가 좋아 과장이 회원으로 함께 하며 형 동생 사이로 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몸은 업무에 활력을
김혁연 회장은 “버스기사들은 업무 특성상 개인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는데,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친목도 다지고 건강도 챙기게 됐다”며 “운동을 하면서 활력도 생기게 됐다. 동료들 간에 친목이 다져지니 앞뒤 배차간격도 잘 맞을 수 있게 되고, 안전운행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사들이 앉아서 일을 하다 보니 다리에 힘이 없는 편인데 족구를 통해서 다리에 힘이 많이 생기게 됐다”며 “어떤 운동을 하든지 꾸준히 하게 되면 그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환창 총무는 “기사들이 건강해야 승객들에게 인사도 잘 하게 되고, 친절하게 된다”며 “우리들이 즐거워야 승객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일심 동호회는 어떤 모습을 꿈꾸고 있을까. 이들은 “지금처럼만 웃음꽃이 가득 피는 동호회로 유지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운동을 못 하더라도 교대조가 맞는다면 한 번이라도 다 같이 어울려서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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