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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호 [현장의 목소리_ 전문가 좌담] 지각변동 버스산업, 대중교통의 미래를 말하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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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1,902회 작성일 18-11-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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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정책 고수는 더 이상 안 된다

민만기      통합교통체계를 이야기하면 우리의 경우에는 공영과 민영만 이야기하는데, 파리 대중교통공사나 뉴욕 북동부의 MTA는 민영으로 유지를 하더라도 그 운영관리체계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 관리감독기관을 별도로 둡니다. 런던의 TFL도 교통 운영관리와 감독을 하죠. 국영에서도 하고, 민영에서도 있을 수 있습니다. 버스 따로, 지하철 따로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지금 얘기되는 새로운 의미의 통합교통은 이용시민들의 수요에 맞춰주는 대중교통 서비스의 공급입니다. 이용자의 수요에 맞춰 대중교통 서비스를 연계시켜서 서비스한다는 개념이 현재 통합적 대중교통체계 트렌드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아요.

강상욱      MASS, 서비스형 모빌리티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든지 최근에 버스 사업환경이 달라진 것과 별도로, 자가용이든 뭐든 구분 않고 철저히 이용자의 관점입니다. 문제는 광역시가 아닌 나머지이거든요. 지금 지방에서는 통합교통 이전에, 노선도 내놓고 망가지게 됐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사회 공동으로 뭔가 고민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일정정도 정부의 투자가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황기연      첨언하면 지금 국가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노조의 입장에는 조합원들의 돈이나 안전을 확보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영리한 노조를 만들라는 겁니다. 기존처럼 그냥 나가서 주어진 시간에 버스만 운전하는 게 아니라 수요자 못지않게 운전하는 사람이 아주 스마트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거죠.
지난번에 서울시에 콜버스 있었잖아요. 그런 산업에 우리가 좀 더 진입을 해서 새로 변화된 요구에 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개발하는 것을 생각해야해요. 지금 당장 여건에 따라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고 최저임금을 고민해야 하지만, 기존에 있는 사람들을 새로운 스마트 세상에 더 경쟁력 있게 만들어줄 것들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서울스마트카드주식회사는 지금 굉장한 사업을 하고 있어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버스, 지하철이 움직이는 것을 자기네들 손바닥 안에 가지고 있다는 거죠. 교통카드 기록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가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타고, 어떤 시간에 잘 가고, 이런 정보를 다 가지고 있는 거예요.

이태주      방향이나 흐름은 4차 산업혁명시대로 가게 될텐데, 노동조합의 역할에 있어서 스마트한 인력이 되도록 노동조합의 변화를 강조를 하셨거든요. 대단히 옳죠.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는 일단 시내버스에 종사하는 공급라인이 수요에 비해 상당히 딸리고 있는 거예요.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계발을 통해서 좀 더 스마트한 노동력을 제공해야 할 필요를 못 느낄 개연성이 높죠. 그렇게 안 하더라도 자기는 이 시장에서 필요하니까요.
그러면 시장의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시장의 공급을 늘리려면 이 직업군이 더 매력적이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운수업이 지금은 천시를 받지만 활성화될 수 있도록 좀 더 좋은 일자리 개념을 만들어주겠다고 해야 합니다. 몇 년 후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가야 되는 방향인 건 틀림없습니다. 현재 상태에서는 그 논의까지 가려면 사다리가 좀 더 놓여야 합니다.

안전 담론을 넘어,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

민만기      유럽에서는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얘기는 임금이 줄어들어도 안전을 챙기고 일자리를 나누자는 취지에요. 우리는 격일제나 복격일제가 남아있는데, 그 자체로 악조건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운전하는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비로소 우리가 손을 대는 겁니다. 손을 대려고 했더니 1만여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한 거예요.
저는 이 문제에서 두 가지 생각을 합니다. 하나는 일자리가 창출되겠구나 하는 겁니다. 버스가 대중교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산업이 임의적으로 축소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두 번째로 이게 정부 지원금에만 의존하는게 아니라 괜찮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의 경우 준공영제를 하고 있지만 80~85% 가까이가 산업 자체로 움직이는 거거든요. 지방 버스기사들이 왜 격일제나 복격일제로 일했느냐면 최저임금이기 때문에 격일제로 일하고 연장노동하고 초과노동을 해야 생활을 할 수가 있었던 거예요.
취지는 안전 문제에서 시작되지만 노동 문제와 버스 서비스 개선 문제, 일자리 창출 문제가 한꺼번에 융합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태주      노동조합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탄력적 노동시간제, 그러니까 노동시장 자체에 노동공급자가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렇게 되면 소위 특례조항이 개정되기 전 시기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요.

민만기      그 문제보다도 준공영제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 우리가 준공영제라고 얘기하는 게 세계적으로 보편 용어가 아닙니다. 준공영제라는 용어가 없어요. 서양에서는 기본적으로 공공의 서비스 계약이라고 합니다. 민간기업의 이윤동기를 무시하지 않는 대신에 이윤동기가 이 공공의 목표에 합치되도록 계약을 체결한다는 겁니다. 예컨대 공공의 목표가 120% 달성될 때 이윤동기가 가장 많이 충족되도록 계약을 체결한다는 겁니다. 행정관청은 공급되는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엄청나게 합니다. 이 서비스가 공공의 목표에 부합된다면 인센티브까지 포함해서 120~130% 이익이 가게 만들어요.
그렇지 못하면, 예컨대 안전 관리를 엉망으로 해서 사고를 많이 내거나 서비스를 악화시키거나 낡은 버스를 정비하지 않아서 공해물질을 일으키면 페널티를 받아요. 안전관리를 못하는 것만으로도 망할 수 있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설계되어 계약이 이루어져요.
우리는 운영업체 주머니에 돈이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관료들이 가지고 있어요. 민간기업의 이윤동기를 아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거죠. 민간기업의 이윤동기가 공공의 목표에 합치될 때 극대화되도록 계약을 설계하는 걸 잘하는 것이 버스산업의 발전에 부합한다고 봅니다.

강상욱      준공영제를 시행하니까 서비스도 좋아졌고, 처우도 개선됐고, 안전도 좋아졌어요. 조금 다른 해석도 있지만, 문제는 한두 개 정도 아닙니까? 돈이 많이 든다, 관리의 비효율이 문제다,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 등이죠. 준공영제가 시작된 지 1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거든요.
그러면 당초에 왜 했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공공성을 민간의 창의성과 결합하고자 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민간의 단점과 공공의 단점이 오히려 드러나 버렸습니다. 공공은 관리를 못하고 있고, 민간은 창의성이 아니라 지원비에만 의존하고, 결국 장점이 결합되어야 하는데 단점만 결합된 꼴이거든요.

노동자 참여 보장된 논의 구조 필요하다

이태주      대중교통 활성화를 이야기할 때 노조 입장에선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어요. 준공영제만 봐도 세금이 있는 곳에 감시 체계가 당연히 있어야 하고 참여가 있어야 하는데,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만들어져 있지 않아요. 1년에 한두 번 정도 회의를 하거나 요금인상 때 물가심의위원회에서 노조를 내세워 간판으로 활용한다든가 하는 전체 틀은 있죠.
최소한 의결권은 없더라도 찬반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이 되어야만 돈의 쓰임새나 흐름을 확인할 수 있고, 결국 납득 가능한 영역이 생기는 거거든요. 노동이사제나 거창한 단어들보다는 최소한 노동자들에게 관련된 예산이라면 단위노조나 대표자가 적어도 들여다보고 참관할 수 있는 정도는 만들 필요가 있겠다고 봅니다.

민만기      서울형 준공영제의 한계점에 대해 많이 얘기를 했지만 서울과 지방의 차이는 큽니다. 우선 근무제도가 1일 2교대를 전제로 하지만 지방은 격일제와 복격일제죠. 안전이나 근무 환경이 어떻겠습니까.
두 번째는 서울은 어쨌든 취업 대기자가 있는 상태이지만 지방은 사원 모집, 기사 모집하고 다니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억지로 군부대 수송병한테 대형 면허를 따게 해서 취업을 알선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우잖아요. 그나마 격일제 복격일제를 통해서 생활비를 받아갔는데 그걸 줄여놓으면 기존 인력도 그만 둘 판에 무슨 신규 인력이 들어오겠습니까? 상황이 이렇단 말이에요. 그럼 요금을 올린다? 요금은 한 번에 조금씩밖에 못 올리잖아요.
우선 인력 대책이 매우 시급한데, 차근차근히 증가시켜야 해요. 장롱 면허가 아니라 당장 투입할 수 있는 대형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한꺼번에 찾기 어려우니 문제가 크죠.
그리고 서울형으로 똑같이 단계를 밟아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1일 2교대를 전제로 하는 시내버스를 지방의 경우에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이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노선 개편안을 가지고 있으면 준공영제 하에서 노선개편 못할 건 없어요.
우려되는 건 주 52시간제를 기회로 해서 시내버스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는데, 시간에 너무 쫓기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그리고 지방마다 자기 도시의 버스체계를 개편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전문가들도 동원되고 계획을 세울 것 아닙니까. 그런데 계획을 세울 물리적 시간이 좀 부족한 상태죠.
또 대중교통 운영에 대한 직접 보조가 당장 어렵다면, 예를 들면 연구부터 하고 그 다음에 계획 내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빨리 지원하지 않으면 지자체나 민간 운용업체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중앙의 지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곤란한 상황이죠. 그리고 교통시설 특별회계가 아직도 시설에만, 그것도 유지보수가 아니라 최초 건설 위주로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는 건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박송호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알찬 내용들이 제안된 것 같습니다. 이런 논의가 한 차례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져서 발전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전문가 좌담은 여기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수고들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