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호 [긴급진단_2018 교섭현황1] 2018년 7월 1일, 근로기준‘법’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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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567회 작성일 18-11-16 11:44본문
2018년 7월 1일 노선버스를 특례업종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버스는 국민의 공익이라는 미명하에 지난 57년간 특례업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장시간노동의 감옥 속에 갇혀 있었다. 법 개정과 동시에 장시간노동에서 해방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버스현장에 ‘노동시간 단축 대격변’이 예상되기도 했다.
봉인해제 된 노동시간단축 현장이 응답할 차례다
사실 올해 교섭은 근로기준법 개정 발표되기 전부터 준비되어 왔던 것입니다. 전남지역은 다른 도 단위 지역과 마찬가지로 고질적인 장시간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던 터라 수 년 전부터 이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 집중해 왔습니다. 올해 2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올해에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핵심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라고 판단하고 모든 제도 개선을 집중했습니다.
올해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주십시오.
올해 교섭은 내년 7월부터 오롯이 주 52시간의 테두리에 들어가기 위한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교섭의 목적성이 뚜렷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남과 경북은 올해 6월말과 7월초 각각 기존 근무 일수 2일치의 임금 수준을 보전하는 내용의 임금합의를 이끈 바 있다. 2일치의 임금을 보전함으로써, 내년 규모별로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테두리에 진입하는 장벽을 낮춰놓은 상태다.
또한, 휴일근로를 포함한 2주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에 합의함으로써, 주 단위 노동시간의 상한을 설정하고 자연스레 월 단위 근로일수를 제한했다. 비록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변형근로로 기존 1일 장시간노동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소량의 월간 초과근로를 허용함으로써, 최소한의 생활임금 확보와 함께 향후 주52시 노동시간 상한제 시행 시 발생할 임금보전에 대한 충격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인상 병행을 통해 노동조건을 대폭 향상시키는 것만이 원활한 신규인력 충원의 길임이 명확하다. 전남은 법 개정 전 평균 근로일수였던 17일분의 임금을 탄력적 근로시간제 월 15일 한도 근무일수 임금에 맞춰 사업장별 29~44만 원을 인상시켰다. 이는 전남지역 전체 임금을 상향평준화시켰다. 동시에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광주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임금격차를 줄여 인력 누수현상을 막고 기초자치단체의 버스준공영제 도입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남과 경북의 합의과정에서는 노사 간의 노력 이외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숨은 노력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노력의 시발점은 현재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에게 서비스를 유지하고, 나아가 노동시간 단축 등 보다 나은 노동환경을 통해 발전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일 것이다.
7월 1일 법은 바뀌었는데 … 7월 1일 이후, 법만 바뀌었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대비한 선도적인 합의는 여기까지였다. 지난 2월말 법 개정이 발표된 이후 시행까지 4개월여의 짧은 기간 동안 준비가 부족했던 탓에 대책은 부실했고, 급기야 근로기준법 개정을 목전에 둔 6월말,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다는 핑계로 연말까지 처벌 유예를 발표했다. 이는 법 개정에 따라 단체협약등의 개정을 위해 진행되고 있던 지역 및 업종별 교섭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노동조건 개선을 통해 신규인력 충원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할 사용자들을 뒷짐 지게 만들었다.
그 여파는 법 개정이 3달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1일 법 개정에 따라, 노선버스가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상태지만, 법을 뛰어넘은 장시간 근로는 여전히 버스현장을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사용자들은 대책 없이 교섭에도 손을 놓은 상태다. 결국, 현재 시계는 2018년 10월을 넘어 11월을 바라보고 있지만, 버스 현장의 시계는 2018년 7월 이전에 멈춰 서 있다.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 연착륙을 이끌어야 할 정부 및 지자체 역시 대책 마련을 노사 간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탓에 버스 현장이 무법천지로 변했다.
그 와중에 최근 수원지역 일부 사업장과 충남지역 교섭이 마무리 됐지만 원만한 교섭이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수원지역 2개 사업장의 경우 1개 사업장은 조정만료이후 벼랑 끝에서 합의를 이뤘고, 나머지 한 개 사업장은 하루 동안 총파업을 진행한 끝에 임금인상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인상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사용자 측의 무성의한 교섭태도와 울기 전까지는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는 방식의 지자체는 버스노동자들의 갈 길을 막아 버렸다. 가장 최근에 합의한 충남지역의 경우도 총파업 돌입 직전까지 가는 배수진을 친 끝에서야 합의에 이르렀다. 이런 암울한 패턴의 교섭형태는 안타깝게도 데자뷰처럼 버스현장을 뒤덮고 있다.
노동조건 개선 없는 인력충원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노선버스의 특례제외가 발표될 당시 버스업계는 2만여명 수준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특례업종에서 제외되기 전에도 준공영제 시행지역을 제외한 도 단위 버스에서는 지속적으로 구인을 해왔지만,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사용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구인에 나섰던 지난 2월부터 6월까지(근로기준법 개정 발표직후부터 시행직전) 기간의 인력충원의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타 산업에 비해 노동시간이 길고,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임금 및 기타 노동조건개선에 대한 대책이 전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준공영제 도입을 위해 노사정 각 주체별로 노력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사업주 측은 퇴직금을 정리하여 퇴직연금으로 전환하여 안정적인 노동조건을 마련해야 합니다. 적자 타령은 그만하고 정 능력이 되지 않는 사업주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자치단체는 버스가 서민의 발이라는 점에서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정책의지를 잃지 않고 교통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노동조합도 충분히 합리적인 방법으로 대화와 설득으로 제도 변화에 참여하겠습니다. 하지만 사업주와 지자체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면, 강력한 투쟁으로 2019년 교섭을 이끌 수밖에 없습니다.
구분 | 2018.2 | 2018.6 |
---|---|---|
인원 | 인원(증감률,%) | |
시내 | 68,249 | 69,519(1.86) |
농어촌 | 2,470 | 2,516(1.86) |
시외 | 9,892 | 9,461(-4.36) |
고속 | 3,070 | 3,090(0.65) |
합계 | 83,681 | 84,586(1.08) |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종업원현황에 따르면 2018년 2월 대비 2018년 6월의 전체버스운전원은 기존 83,681명에서 905명(1.08%) 증가하는데 그쳤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7개 지역의 시내버스 인원을 제외하면 46,003명에서 430명(0.9%)증가한 수준에 불과하다.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7월 이후에도 총인원은 85,339명으로 인력충원의 변화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대적인 노동조건의 개선 없이는 정상적 인원충원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은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특례업종이었던 7월 직전의 인원과 대비해 7월 이후 증가된 인원이 미미하다는 것은 현행근로기준법 준수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책임(無責任), 무능(無能), 무전(無錢) 3무(三無)가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노동시간 단축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준공영제 시행 지역과 일부 개별교섭을 통해 합의한 몇몇 사업장을 제외한 도 단위 지역의 교섭상황은 암울함 그 자체다. 전남과 경북의 합의로 속도를 내는 듯 했으나, 그 이후로는 답보 상태에 빠져 버렸다. 교섭기간 내내 사용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무책임(無責任), 무능(無能), 무전(無錢) 이 3가지만을 가지고 나와 버스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버리는 무례(無禮)를 범했다. 사용자 측의 무책임(無責任)은 극에 달했다. 전국에서 가장 노동시간이 긴 지역 중에 하나인 경기도는 지속적으로 공동교섭을 요구했음에도 사용자들의 교섭해태로 단체협약 만료일이 3달이 넘게 지난 지금도 제대로 된 교섭테이블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지역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전북은 시내·외, 농어촌버스 모두 쟁의조정신청을 넣어 놓은 상황이고, 경남 역시한 차례 조정을 연기한 상태지만 교섭기간 동안 사용자의 교섭해태로 교섭다운 교섭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 처해있다. 위의 지역들은 격일제와 복격일제 근무제도를 시행 중인 지역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중심으로 단체협약의 개정이 불가피하다. 즉, 어떤 지역보다 교섭이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정상임에도 어떤 실행의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 측의 무능(無能)은 익히 보아 왔지만, 이토록 처참한 지경이었는지 두 눈을 의심할 지경이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은 노동시간 단축을 핵심으로 향후 버스산업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와 해답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버스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조건의 개선에 대한 방안은 손 놓고 두드려봤자 변함없는 계산기 숫자만 바라본 채 ‘사람이 안 온다’는 말만 고장 난 녹음기처럼 읊어대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처벌유예라는 땅에 떨어진 사탕을 덥석 물고서 오늘만을 살고 있다. ‘지난날’로 회자될 과거 57년의 장시간노동의 무덤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사용자 측의 무전(無錢)은 자격이 없음과 마찬가지이다. 장사하는 사람이 투자할 돈이 없다는 것은 장사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도 단위 사업장의 대부분은 최저임금과 맞닿아 있는 저임금으로, 값싼 노동력과 정부의 재정지원금을 통해 오랜 기간 동안 운영되어 왔다. 벽·오지 노선은 손실금 전액이 지원금으로 충당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독점노선이 대부분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짧게는 수년간 길게는 십 수년을 버스노동자의 값싼 노동력과 장시간노동이 더해져 만들어진 이익은 다 어쩌고, 돈 없어 장사를 못하겠다고하는 망언을 내뱉고 있는 것이다.
올해 7월 1일부터 시작된 버스산업의 대전환기를 계기로 한 발짝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 버스산업 발전의 발목을 스스로 잡고 있는 ‘3무(三無)’의 적폐를 과감히 청산하고, 버스노사가 버스산업 발전의 주체로서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혈세를 ‘눈먼 돈’으로 바꾼 지자체 국민의 눈은 멀지 않았다
버스는 지자체가 직·간접적으로 운영에 개입하는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민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고 민영이 운영하는 버스에 혈세가 투입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매년 천억 원이 넘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 돈을 각 지방자치단체가 버스업체 지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6대 도시를 제외하고도 약 1,345억 원이라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금이 지급됐다. 재정지원금은 대중교통인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생명·안전과 서비스 질의 향상이라는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투입되는 것이다. 이것이 준공영제 등 제도적 근거가 없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버스업체를 관리·감독하고, 노사갈등의 예방과 해결에 적극 개입해야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연도 및 지역별 중앙정부 버스재정지원금(보통교부세) 지급현황
(단위 : 백만 원, 전년대비 증가율, %)
구분 | 2015 | 2016 | 2017 |
---|---|---|---|
준공영제 6대 도시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
46,277 | 46,889 (1.3%) | 51,089 (8.9%) |
울산 | 1,786 | 1,484 (-16.9%) | 1,334 (-10.1%) |
세종 | 955 | 1,145 | 2,079 |
경기 | 45,283 | 47,267 | 48,439 |
강원 | 9,603 | 11,204 | 13,365 |
충북 | 8,496 | 9,773 | 11,385 |
충남 | 9,771 | 10,115 | 10,822 |
전북 | 9,287 | 9,051 | 10,415 |
전남 | 12,806 | 13,073 | 14,482 |
경북 | 9,098 | 9,196 | 10,316 |
경남 | 11,442 | 11,112 | 11,910 |
준공영제 미시행지역 합계 | 118,527 | 123,420 (4.1%) | 134,547 (9.0%) |
※ 자료 : 행정자치부, ‘2017년도 보통교부세 산정내역’, 2017. 2.
즉, 지금과 같이 법 개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노사문제를 마치 남의 일인마냥 뒷짐 지고 있는 것은 원활한 대중교통의 운영을 저해함은 물론, 매년 천억 원이 넘게 투입되는 국민의 혈세를 ‘눈먼 돈’으로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책임을 회피한 채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당연한 것처럼 벌어지고 있는 것은 한두 해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만큼은 지난 과오를 이어가서는 안 된다.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은 피로에 찌들어 일밖에 없었던 ‘과로버스’에 일과 삶의 균형을 선사해야 한다. 대중교통 서비스의 원천인 버스노동자는 균형 있는 삶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더 나아가 준공영제 등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책임성이 강화된 제도 시행을 통해 보편적 교통복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 중심에 노사는 물론 중앙 및 지방정부가 함께 서야 한다. 국민의 혈세가 지자체의 무책임함에 ‘눈먼 돈’이 되었지만, 국민의 눈은 멀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다가올 미래를 함부로 단정 짓기는 힘들다. 그래서 당장의 변화가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결국은 변화한다. 그렇기에 눈앞에 변화를 위기로 보고, 움츠리고 있기보다는 변화를 이끌어 스스로 기회로 만드는 용기가 필요할 때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버스라는 공공서비스의 발전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노사정이 한마음으로 뭉칠 때 기회는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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