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창간호 [현장의 목소리_ 지부장 좌담] 노동시간 단축, 준공영제로 완성해야 한다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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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595회 작성일 18-09-04 18:47본문
임금 현실화·인력 양성·시스템 매뉴얼화, 풀어야 할 과제 산적
임석하 지금까지 현장의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향후에 이런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논의해볼까 합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대안으로 어떤 게 필요할까요?
장영욱 노선에 대한 면허권을 가지고 있는 게 지자체인데,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 복지부동, 움직이질 않아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노선 조정, 증차, 인원 충원,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도 사업개선 신청에 대해 반려조치를 하라고 국토부에서 명령이 내려오니까 여기에 대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판결이 나올 텐데, 52시간을 적용할 때 어디까지 휴게시간이고 어디까지 노동시간인지, 정량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임석하 지금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서 그걸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해둔 상태에요. 운수업에 논란이 되고 있는 노동 시스템을 매뉴얼화 해서 서로 논란이 없도록 의제로 선정한 상태입니다. 개선이 필요한데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내린 명령에 대해서는 회의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정시태 일단, 52시간으로 법 개정이 됐으니 순응해야 할 부분입니다만, 준공영제가 됐든 격일제가 됐든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인원 부족 현상은 어디나 마찬가지입니다. 인원 충원하면서 임금이 저하되는 부분은 노조 교섭력으로 풀어야 합니다. 물론 노동조건이 개선이 되면 얼마든지 기사는 오겠지만 기사 충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형 면허만 있다고 기사로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고, 한 회사에서 노동조건 좋은 다른 회사로 가는 것은 충원이 아닙니다. 관광버스 하신 분이 오지 않고 화물차 운전하신 분들이 오지 않는 이상 충원이 안 됩니다. 이 문제는 준공영제로 가도 어렵습니다.
향후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 운전 대기시간 연계가 갈등 요소가 될 거라고 봅니다. 운전 대기시간을 노동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근로기준법도 있지만, 노동부의 매뉴얼이 없어요. 운전 대기시간에 대한 매뉴얼이 없으니 단체협약으로 매뉴얼을 만들 수밖에 없어요. 노동시간이 단축되면서 이 문제가 앞으로 풀어야 할 큰 숙제가 될 겁니다.
박기성 제일 중요한 것이 임금의 현실화입니다. 임금이 현실화돼야 관광버스 하시는 분들도 올 겁니다. 정부가 각 지자체에 실질적인 지원을 해줌으로써 그걸 발판 삼아 임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주 52시간을 풀어나가는 데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이 먹고 살 만큼 돼야 소문이 나고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 52시간, 저녁이 있는 삶이 이루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춘수 주 52시간 근로기준법 변경 자체는 굉장히 고무적이고 바람직합니다. 취지가 좋아요. 단위 노동시간 당 임금도 올라가고 노동과 삶의 질도 높아지는 획기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만 준비가 너무 미비했습니다. 법을 준수할 수 있는 만큼 인력을 양성할 수 없어요. 주 52시간을 적용하려면 17,000~24,000명이 필요한데 1년 안에 어떻게 양성할 수 있겠습니까? 일단 법 준수를 위해서는 1년이든 2년이든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어떤가 생각합니다.
현행 지원에 조금만 더하면 준공영제 가능
임석하 연맹이 지방선거 이전에 민주당과의 협약을 통해 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중앙당 공약 사항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지자체장들이 그걸 언급하도록 했고, 중앙단위에서는 노사정 합의를 통해서 버스 준공영제 도입이나 공공성 및 안전 강화 대책을 만들기 위해 협의와 용역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앙에서 무제한 할 수 없으니 지자체의 역할도 있습니다. 소속된 지자체에서 준공영제에 대한 마인드를 어떻게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춘순 지금 대전은 이미 되어 있고 천안은 새로 당선된 시장이나 전임시장까지 두 분 다 후보 시절부터 준공영제가 공약이었어요. 당진 등 중소도시에서도 준공영제 이야기가 나오는데 먼저 스타트를 끊어서 이목이 집중되는 게 부담스러우니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중앙에서 지원한다면 각 지자체도 탄력을 받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영욱 주 52시간을 미루자는 말씀이 있었는데요, 주 52시간 가는 게 굉장히 힘든데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재정지원이 있으면 인력 수급이나 52시간 도입에 무리는 없을 거란 게 중론이잖아요. 그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어떻게 돈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간을 미룰 때가 아니라는 거죠.
서울시가 재정이 많아서 버스에 준공영제를 먼저 시작한 게 아니고, 준공영제를 시행하겠다는 기본적인 마인드가 됐기 때문에 갔다고 봐요. 처음에는 굉장히 논란이 많았고 혼란스러웠고 욕도 많이 먹었지만 한 번은 겪어야 될 일이고 이 방향이 맞습니다.
중앙과 지방정부에서 돈을 어떻게 끌어올 것인가가 관건인데요, 버스의 장점은 공공재라는 겁니다. 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는 사람들의 유일한 수단이죠. 도서벽지뿐 아니라 시내에서도 마찬가지에요. 그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노사정을 아우르는 상설기구를 구성해야 합니다. 수시로 협의해서 사측은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고, 노조는 사고율을 낮추고 조합원 교육을 통해 이용 시민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정부는 그걸 명분으로 해서 지원금을 늘려야 합니다.
지금은 사측의 투명성을 믿지 못하잖아요. 경영투명성을 확보하려면 정부가 버스업계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정부는 준공영제를 하든 안 하든 버스업체에 지원을 하잖아요. 지금은 지방도 다 카드여서 수입은 확인이 되는데 지출이 확인이 안 되잖아요. 정부가 지출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해야 해요. 그럼 준공영제까지 갈 수 있어요.
박기성 순천, 여수, 광양을 보면 어느 지역이 먼저 할 것인지 서로 눈치를 보고 있어요. 한 쪽에서 물꼬를 트면 나머지는 쉽게 갈 거라고 생각해요.
정시태 지금 지자체와 대화를 해보면 지자체 중 일부는 현재의 지원금에 조금만 더 보태면 준공영제로 가도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요. 그 재원을 만드는 데 중앙정부가 조금만 지원하면 지자체도 금방 할 것 같아요. 특히 농어촌버스는 다 할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시외버스인데, 시외버스위원회를 만들어서 어느 지자체가 관할할 것인지는 국토부가 정해야 할 일입니다. 전남 같은 경우 시외버스가 준공영제로 가기 위한 발판은 어느 정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에요.
박춘순 지금 시외버스도 준공영제를 충분히 고민하고 있고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농어촌버스나 시내버스보다 아무래도 시외버스에 대한 재정지원이 늘 후순위로 밀린다고 생각합니다. 시외버스도 노사 모두 준공영제를 굉장히 바라고 있습니다.
장영욱 이제 주 52시간이 되면 상황이 바뀌는 게, 예전에는 지방버스 같은 경우 일을 더 많이 해서 연장급여로 임금을 충당했잖아요. 그러다가 이게 안 되니까 경기도 지역에서는 서울로 들어오려고 하고, 경기도 끝에 있는 지역에서는 경기도 중심부로 가려고 했죠. 서울시는 수급이 편하지만 지방은 더 힘들다는 말이에요. 이게 점점 힘들어지는 거 아니에요. 어차피 주 52시간 묶여있으니까 더 근무할 수가 없는 거죠.
결국 그런 이동을 막으려면 지역별로 임금이 평준화돼야 하는 거예요. 그 방법은 중앙정부의 지원 하나밖에 없어요. 중앙정부의 대중교통에 대한 지원이 복지 측면으로 가야 한다고 봐요. 이동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복지 측면으로 접근하면 시외버스도 준공영제가 가능하죠. 어느 정도만 지원해주면 돼요. 그렇게 큰 지원이 필요하지도 않은 거 같아요.
임석하 말씀하신 것처럼 정부와 지자체를 끌어내는 노사의 역할도 중요한데, 이럴 때 지역노조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연맹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박춘순 지자체 공무원들은 복지부동이고, 자기가 노출되거나 튀는 걸 싫어하거든요. 준공영제라든가 지원책 마련에 대해서도 과거 매뉴얼대로 하지 더 튀게 하고 싶지는 않을 거거든요. 광주전남에서 지자체 참여를 유도할 수 있게 전략을 짜서 교섭에 임했다고 하는데요, 아직 임금협상이나 노사 협의가 안 된 지역들이 많잖습니까? 그런 곳에 이런 사례들을 매뉴얼화해서 알려주시면 많은 참고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시태 준공영제로 가기 위해 지자체가 할 일이 있고, 중앙정부가 할 역할이 있고 노동조합과 사측이 할 역할이 있습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목표는 재원인데, 지자체의 의지를 끌어내는 것은 노동조합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준공영제로 가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다른 시군과 비교를 많이 하는데, 이것을 다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시군하고 비교하다 보면 의지가 꺾일 수 있는 거죠.
박기성 각자의 역할이 있는데 지역노조는 단합을 해서 이슈를 만들어야 해요. 노동자들이 똘똘 뭉쳐서 투쟁의 열기를 불어 넣어야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죠. 지역노조가 뭉쳐서 이슈를 만들어야 준공영제를 앞당길 수 있는 것이지, 정부 예산만 기다리고 지자체의 역할만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박춘순 시내버스나 농어촌버스는 지자체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노조에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요. 그런데 시외버스 같은 경우 지자체에서 관리를 안 하기 때문에 연맹 차원에서 국토부가 관리할 수 있게 요구해야 합니다. 지역노조나 단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어요.
장영욱 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자꾸 나오는 이야기가 서울만큼의 임금, 서울만큼의 노동조건이에요. 그렇게 하면 중앙·지방 아무도 안 받아줘요. 처음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해요. 노동자도 양보할 건 양보해야지, 무조건 현 시스템 그대로 유지하면서 얻을 것만 얻으려고 하면 절대 안 돼요.
임석하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 중에서 주 5일제 도입이 일반 사업장에서 가장 큰 변화라면, 우리 운수업에서는 주 5일제보다 주 52시간제가 가장 큰 변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주 52시간제는 결국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그 핵심이 있어요. 그리고 인간다운 노동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 한 고비만 넘기면 장기적으로 우리 버스운수업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업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장에 계시는 여러 대표자님들과 간부님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연맹은 주 52시간제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국토부나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현장에 대한 지원과 제도를 바로잡을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현장에서 연맹과 협조해주시고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면 이른 시일 내에 정착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멀리서 오셔서 내주신 데에 감사드립니다. 향후에도 계속 교육과 토론의 장을 마련해서 제도가 안착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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