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창간호 [건강플러스] 버스노동자의 '건강'은 국민의 '안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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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676회 작성일 18-09-04 18:46본문
저임금·비정규직 굴레 해소할 특단 대책 필요
글 싣는 순서
- ① 버스노동자 건강관리의 필요성
- ② 혈액측정 결과와 시사점
- ③ 뇌심혈관계 질환 측정 결과와 시사점
- ④ 근골격계 질환과 직무스트레스 관리
사례 1 과거(2008년) 필리핀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버스를 타고 장시간 이동 여행을 하는데 휴게소 중간에서 버스기사가 교대하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필리핀은 산도 험난하고 도로도 좋지 않아 혼자 장시간 운전을 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휴게소에서 다른 운전기사가 운전대를 잡는 모습을 보았다. 운전을 했던 버스기사는 버스 제일 뒷면에 마련된 수면실에서 취침을 하고 일정장소에서 교대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사례 2 2015년 1월경에 경남 창원에서 시내버스 충돌사고가 발생하였다. 경찰 조사결과 사고를 낸 운전자의 혈당 수치가 30m/dl로 나타나 의식불명이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저혈당 쇼크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발표했다. 사고 당시 정규 노선을 8km나 이탈하여 11분간 운전한 것으로 조사되었고 시내버스가 노선을 이탈하여 10분 넘게 운행하도록 창원시나 버스회사가 감지를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전국 최초 시내버스 노동자 건강관리 사업
광주광역시의 시내버스노동자는 2,500명에 달한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시내버스 종사자 중 10여 명에게서 뇌출혈, 심근경색 등이 발생하였으며, 그 중 3명은 사망하였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가 2012, 2013년 시내버스 종사자 600명에 대해 건강관리 상담을 한 결과, 다른 직종 종사자보다 뇌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하였다.
사실 시내버스 종사자들은 불규칙한 식사시간에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직업의 특성상 운동량이 매우 부족하고, 운전 중 스트레스 때문에 혈압이 높아 동일 연령대 다른 직업군에 비해 뇌심혈관 질환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광주시와 시내버스사업조합은 버스 노동자들의 건강관리에 뒷짐을 지는 상황이었다. 사망사고가 났음에도, 사고 운전자가 소속된 버스회사는 운전자의 건강관리는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무책임하게 행동을 해왔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하여 광주광역시, 광주근로자건강센터, 광주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광주광역시 시내버스 운수종사자에 대한 건강관리(상담)를 통해 시내버스 종사자의 건강을 증진함으로써, 시내버스 대형 사고를 예방하고 시민들에게 친절하고 안전한 공공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15년 1월에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최초로 시내버스 종사자들의 체계적인 건강관리(뇌심혈관 질환 예방사업)를 위해 광주근로자건강센터가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10명 중 3~4명은 비정규직
하지만 시내버스 종사자 건강관리 사업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발생했다. 버스운송사업조합, 시내버스 사업주 및 노동조합의 이해관계가 달라 사업이 3개월간 지체되기도 했다. 어렵게 서로의 양보와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건강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의견을 모아주어서 겨우 건강관리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어려움은 있었지만 광주광역시, 시내버스사업조합, 광주근로자건강센터, 노동조합은 신뢰와 협력을 기본으로 하여 더디지만 전국적으로 모범이 될 만한 사업을 진행하였다. 이후 2015년 12월에는 시내버스 운전자의 질환 예방과 사후관리 대책도 나올 수 있었다. 어느 한 곳이라도 협조가 되지 않았다면 사업은 실패로 돌아가고 버스 노동자들은 더욱 더 힘든 직장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내버스 종사자 건강관리 사업은 일단락되었지만, 광주시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광주시내버스 운수종사자의 열악한 처우는 개선되어야 한다. 타 지역에 비해 급여가 낮을 뿐만 아니라, 광주지역 버스 운전기사 10명 중 3~4명은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은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주로 중형버스를 운전하는 이들은 정규직과 비슷하게 일하면서도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비정규직 버스기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필요하다.
광주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시내버스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비정규직의 굴레에 시달리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광주시 인구 150만 명 중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은 하루 40만 명 이상이다. 시내버스는 광주시민이 이용하는 ‘시민의 발’이다. 광주시민의 안전은 시내버스 노동자의 건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비단 광주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버스노동자의 건강은 곧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앞에서 광주 시내버스 종사자들이 뇌심혈관질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지만, 전국적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버스노동자들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들에 대한 건강관리 사업을 하루라도 빨리 진행해야 한다. 다행히 버스업계 노사정이 ‘버스 공공성 및 안전 강화대책’을 올해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고 하니, 그 대책에 버스노동자 건강관리 사업이 포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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