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창간호 [여가플러스] 변산,청춘과 고향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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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543회 작성일 18-09-04 18:45본문
변산, 청춘과 고향이 만났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싶은 기성세대에 권하는 영화
10년간 떠나 있던 고향을 다시 찾아간다면 어떤 기분일까? 설렐까, 아련할까, 그것도 아니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던 곳을 가야한다는 괴로운 심정일까.
고향 떠났던 아들, 서먹한 아버지와 마주하다
여기 꿈을 찾아 서울로 떠난 한 청년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겪은 이야기가 있다. 영화 <변산>이다. 요즘 청년들이 즐겨 듣는 음악 장르 중 하나는 힙합이다. 빠른 비트에 쉽게 알아들을 수도 없는 가사를 읊는 ‘랩’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노래를 따라가기커녕 저게 노래인가 싶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시 쓰는 솜씨가 뛰어났던 학수(박정민)는 래퍼를 꿈꾸며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6년 내내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했지만 탈락을 거듭해, 이제는 변변치 않는 인지도만 남았을 뿐이다.
그렇게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철천지원수만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입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어머니 장례식에서조차 모습을 보이지 않고 사람들 눈을 피해 쫓기기만 했던 아버지를 다시 찾아가는 것이 달갑지 않다.
“내 고향은 폐향, 내 고향은 가난해서 노을밖에 보여줄 게 없네.”
고향을 바라보는 학수의 마음은 고등학교 시절 쓴 시 한 구절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서 다시 마주한 초등학교 동창 선미(김고은)를 시작으로 고향 친구들과 만나게 되면서 학수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옛 추억들과 마주하게 된다.
대화 속에 등장하는 사투리는 분위기를 재미있고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익살스럽고 정겨운 대화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다. 변산의 탁 트인 바다 풍경은 높은 빌딩 속 도시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그리움을 고조시키게 한다.
다시 찾게 된 고향을 바라보는 학수의 마음은 극 중 삽입되는 랩을 통해 드러난다. 시끄럽고 빠르게만 느껴지는 랩은 서정적인 가사로 인해 주인공의 한 마디 대사보다 그 절절한 마음을 쉽게 전해준다.
사고방식도 다르고 직면한 고민도 다르다
학수가 골이 깊었던 아버지와 관계를 풀어가는 과정도 중요하게 음미할 만하다. 오랜 시간 제대로 가족을 돌봐주지 못한 마음의 빚 때문에 사과 한 마디조차 건네지 못 하는 아버지와 어릴 적 상처가 너무 커 아버지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아들. 두 사람이 직접 과거의 아픔을 나누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더해지면서 서서히 부자간 갈등이 풀려 나간다.
기성세대로선 요즘 청년들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기성세대들은 자신의 과거에 빗대어 이들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과거는 자신과는 무관한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기성세대들이 거쳐 왔던 시대와는 다른 고민과 문제에 직면해 있기에 기성세대들의 조언은 이미 철지난 얘기로 치부할 뿐이다. 그러니 세대 간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영화 <변산>은 <왕의 남자>를 제작한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이전의 <동주>와 <박열>은 실존 인물의 삶을 그렸다면, 이번 영화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의 고민과 삶을 그려내고 있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 <변산>을 통해 너무나 다른 사고방식으로 세대 간 갈등을 겪고 있는 오늘의 기성세대와 청년들에게 화해의 다리를 놓아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극 후반부에서 선미는 고향을 떠나려고만 했던 학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직 사투리가 남아있다는 건 고향에 대한 마음이 남아있다는 것이여.”
학수는 고향에 대한 기억을 ‘흑역사’로 정의한다. 흑역사, 젊은이들이 흔히 쓰는 말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오래 전 기억이라는 뜻이다. 흑역사의 중심, 고향을 마주한 학수는 어떻게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날까. 동시에 우리가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궁금한 청춘을 들여다보고 싶은가? 청춘들이 마주하고 있는 고민이 궁금한가? 오랜만에 정겨운 사투리를 듣고 싶은가? 고향의 모습이 그리운가?
청년들을 이해하고 싶은 기성세대에게 영화 <변산>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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