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창간호 [이슈추적] 노동시간 단축 연착률 위해 노사정 지혜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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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668회 작성일 18-09-04 18:59본문
지난 5월 31일 연맹 류근중 위원장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김기성 회장,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과 함께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이하 선언문)과 부속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들 노사정 대표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노선버스 근로시간 특례업종 제외 및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노사정은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며,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장시간 노동 해소의 길을 열다
지난 2월 28일, 국회는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근로기준법은 법정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정하고 있고, 연장노동 허용 한도를 주당 12시간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1주간 최대 노동시간은 법정 노동시간과 연장노동 허용 한도를 모두 더해도 52시간이다.
그런데 문제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이다. 고용노동부는 휴일노동이 연장노동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행정해석을 내놨다. 이 행정해석으로 평일에 연장노동을 포함해 52시간까지 근무하고도 휴일근무까지 하는 경우가 용인됐다. 이에 따라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68시간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1주를 휴일을 포함한 7일이라고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주당 최대 노동시간 한도를 52시간으로 제한했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때문에 발생한 비정상 상태를 정상화한 것이다.
잘못된 행정해석 외에도 장시간 노동을 부추긴 제도가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특례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에 대해서는 법으로 정하고 있는 노동시간 및 연장노동 허용 한도와 휴게시간 규정을 변경하는 것이 허용됐다. 물론 사용자와 노동자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리기는 했지만, 법정 노동시간을 웃도는 초과노동도 가능했다. 특례업종에서는 사실상 노동시간을 무제한으로 늘릴 수 있었고, 노동시간을 어디까지 연장할지는 사용자의 재량에 따르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특례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은 모두 26개 업종으로 해당 업종에서는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 있었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에서 노동시간이 긴 나라로 첫 손가락에 꼽혔다. 지속적인 노동시간 단축 노력으로 최근에는 세계 최장시간 노동의 오명을 벗었지만, 여전히 노동시간이 긴 나라에 속한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임금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071시간으로 OECD 28개 국가들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었다. OECD 평균 1,692시간에 비해 379시간을 더 일하고,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의 1,301시간에 비교하면 770시간을 더 일했다. OECD 평균보다 2달, 독일보다 4달을 더 일한 셈이다.
이와 같은 장시간 노동에 대한 문제제기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사회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됐다. 특히 특례업종을 통한 무제한 노동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논의가 진행됐고,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특히 지난 2월 28일 통과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장시간 노동의 요인으로 지목된 특례업종을 기존 26개 업종에서 5개 업종으로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 관련 서비스업, 보건업에서만 기존과 같이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 제도를 유지하고 다른 업종은 특례업종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의 노력으로 노선버스의 경우 지난해 국회에서의 합의에 이어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도 특례업종 제외가 명시됐다. 이로써, 버스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방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한시적·제한적 조치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노선버스를 특례업종에서 제외하는 것도 7월 1일부터 적용되었다. 이렇게 변화된 제도를 적용함으로써 버스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노선버스의 특례업종 제외에 따른 우려도 제기됐다. 버스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노선버스 운행을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력충원 등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와 같은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노선버스의 운행 축소가 불가피해 국민의 불편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런데 인력충원에는 한계가 따른다. 몇 차례의 교통사고를 거치면서 버스 운전 자격을 크게 강화했기 때문에 당장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어렵다. 1종 대형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버스 운전을 할 수 없고, 일정한 자격을 갖출 때까지 교육훈련을 통한 기사 양성이 필요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버스운수업의 노동조건이 다른 업종에 비해 좋지 않다는 것도 인력충원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됐다. 인력충원을 위해서는 우선 버스운수업의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노선버스 업계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을 단축하면서도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댄 결과가 5.31 노사정 선언문이다. 노사정은 노선버스가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7월 1일, 국민들의 이동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선언문에는 노선버스 운행이 현재와 같이 유지되도록 내년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근로기준 및 조건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근로기준 및 조건의 유연하고 탄력적인 운영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의미한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바에 따라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여 적용하면, 단위기간의 평균 노동시간이 주당 40시간을 초과하지 않을 경우에는 특정한 주의 노동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더라도 그 초과한 노동시간을 연장노동으로 보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단위기간은 2주(노사가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에는 3개월)이므로, 첫 주에 48시간, 둘째 주에 32시간 등과 같이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은 노선버스의 운행을 최대한 현행 유지함으로써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선언문과 함께 체결된 부속 합의서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내년 6월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조치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그 대상 역시 1일 2교대제 미시행 지역 및 사업장으로 한정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이 각 사업장 노사의 합의를 전제로 함은 물론이다.
버스 안정화, 정부 책임 강화해야
이와 더불어 노사정 대표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노동자의 임금이 감소되지 않도록 임금 감소를 보전하고 운전자 신규 채용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또 제도 연착륙을 위해 정부는 행정·재정적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노사정은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상호 협의하여 올해 12월까지 ‘버스 공공성 및 안전 강화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 대책은 필요한 준비를 거쳐 내년 7월 1일 시행된다. 대중교통의 정시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운수종사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노사정은 부속 합의서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일과 삶의 균형을 도모하려는 근로기준법 개정의 취지와 시민의 불편 방지, 임금저하 방지가 조화될 수 있도록 노사의 적극적인 협력을 명문화하고,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 합의에 따라 정부는 노선버스에 대해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의 지원 방안을 개선하여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정부는 50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여 신규 채용 1명당 10명까지 재직자의 임금감소분을 지원하는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노선버스에 대해서는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을 지원 대상으로 하며, 신규 채용 1명당 10명까지인 재직자 임금감소분 지원 규모도 신규 채용 1명당 20명까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지원을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여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원이 중단되면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논의도 무위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제도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노선버스의 운임체계를 현실화하는 등 적정한 수익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사정은 이를 감안하여 노선버스 운임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올해 12월 말까지 사업자의 적정 수익구조를 확보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12월 말까지 마련하기로 한 버스 공공성 및 안전 강화 대책에 버스에 대한 공공지원 확대와 인력양성 체계 구축 등을 포함하기로 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버스운수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하려면 체계적인 인력양성이 필요하며, 공공서비스인 버스운수업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선버스 안정화를 위해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명문화하는 한편, 현재 국토교통부가 진행하고 있는 ‘버스 준공영제 도입여건 분석 및 제도적 개선방안’에도 노사가 적극 참여하도록 했다.
이상과 같은 노사정의 합의에 따른 임금보전과 운임체계 현실화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계되는 사항이다. 노선버스의 운영과 노선조정 등의 사무는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정을 반영하여 노사정은 지방자치단체 및 관계부처와의 협력을 위한 공문 시달과 합의서 전파를 부속 합의서에 포함했다.
버스 노사와 정부가 지역과 사업장을 넘어 초기업 단위에서 선언문과 부속 합의서를 체결한 것은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례로서 의미를 지닌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합의 내용이 성실히 이행되도록 하기 위해 노사정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은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록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이는 제도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시적인 조치이며,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규 채용 등 인력충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동시간이 단축되었다고 해서 임금을 비롯한 노동조건이 후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 없는 전제조건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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