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창간호 [이슈분석1] 노동시간 단축 연착륙 이해 노사정 지혜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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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654회 작성일 18-09-04 18:58본문
인력 충원·임금 감소 최소화 대안에 중점
5.31 노사정 선언은 지난 4월 출범한 노사정협의체 논의와 12월 발표될 정부 종합대책의 중간 정류장 성격이 짙다. 연맹과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및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노사정협의체는 대중교통인 버스운행의 정상화와 버스운수업 선진화라는 목표를 위해 논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7월 1일 노선버스 특례제외라는 법 시행을 앞두고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적정한 제도를 시행하기에는 노사정 모두 역부족이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 충원이 큰 이슈였지만 연맹은 재직 중인 버스노동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큰 대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또한, ‘질 좋은 일자리’가 인력 충원의 전제가 되어야 충분한 인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외부에서 버스운수업으로 일터를 옮기겠다는 유인 요건이 바로 노동조건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버스운수업이 준공영제 시행 지역을 제외하고 고질적인 인력부족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저임금-장시간 운전과 이로 인한 교통사고라는 질 낮은 일자리였기 때문임은 이미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질 낮은 일자리로 외면 받아 오던 버스운수업의 환골탈태가 요구됐다. 전국 모든 버스노동자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공공성 강화, 안전대책 강화로 표현되는 법·제도 개선을 위한 약속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다. 우리의 삶과 노동은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지지 속에서 쟁취한 노선버스 특례 제외가 국민의 불편으로 이어질 때, 우리의 투쟁이 외면 받을 수 있다는 고민도 함께했다. 버스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투쟁, 버스운수업 선진화를 위한 투쟁은 공공성을 강화하여 국민의 보편적 이동권을 확보하는 투쟁이어야 제도 변경을 힘 있게 실현할 수 있다.
버스준공영제 도입지원으로 유인요건 제시
이번 노사정 선언의 가장 큰 핵심은 버스준공영제 전국 확대다.
연맹은 이미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집중적인 정책활동으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중앙당 공약에 버스준공영제 도입을 채택토록 한 바 있다. 노선버스 특례 제외에 따른 가장 확실한 대책이 바로 준공영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노사정 선언은 그 동안 버스준공영제를 지방자치단체 고유사무라며 지원을 꺼리던 중앙정부가 그 책임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국민의 보편적 이동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정부가 그 동안은 거의 대부분의 할 일을 지자체에 위임한 채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해 왔다. 재원압박으로 준공영제 시행에 주춤했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준을 마련하고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이번 노사정 선언을 통해 비로소 밝힌 것이다.
지역 교통체계 개편을 위한 버스준공영제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던 지자체 입장에서는 소요 재정에 대한 여력이 발생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제도개선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버스준공영제 도입은 여전히 지자체장의 정책의지와 직결된 구조다. 12월 말까지 제도 도입을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대책이 드러나야 내년부터 지역별로 버스준공영제 도입을 위한 노사정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버스운전기사로의 이직을 고려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의지 표명이 12월까지 법 개정으로 이어질 경우, 전세버스·화물 등을 운전하는 노동자와 다른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버스운수업 진출의 좋은 신호로 전달된다. 정부의 책임성 강화는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으로 읽히면서 2~3년 후 자신의 일자리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안전성 강화대책, 교통사고 예방
이와 더불어 중앙정부 차원의 버스교통 활성화를 위한 공공성 강화와 안전운전 대책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버스준공영제 시행은 중앙정부의 책임성이 강화되어도 제도 도입까지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며, 버스교통 활성화는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앙정부에서 관리하는 시외·고속버스 문제와 버스 정시성 확보, 버스종사자 피로 해소를 위한 대책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결국 교통사고 예방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휴식공간과 적정한 휴식시간 확보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기본 조건이다. 이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도 휴게실 설치에 대한 재정지원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다만, 휴게실 설치에 대한 의무와 휴게시설에 대한 기준이 부족할 뿐이다.
버스의 정시성 확보를 위해서는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확대와 도심 가변차로 효율성 강화, 불법 주·정차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버스탑재 불법 주정차 단속 CCTV 확대도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다. 특·광역시 버스가 대부분 CNG 차량으로 교체된 지금, CNG 충전소 확대를 위한 법 개정도 논의가 필요하다. 수요자 측면에서 버스이용을 촉진할 수 있는 정기권 확대도 필요하다. 공공성 강화 측면에서 버스의 유료도로 통행료 면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는 내용이다. 시외·고속버스, 농어촌버스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직접 지원 제도 또한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할 대목이다.
선진국형 버스산업 전환을 위한 제도개선
끝으로 버스운수업 선진화를 위한 다양한 법·제도 개선이 병행될 것이다.
재직자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노사 주도의 인력양성 사업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현재 버스운수업은 매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보수교육과 함께 교통사고에 따른 징계성 교육이 남발되고 있다.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지만 현실은 강의장 안에서 시간을 때우는 수준이다.
실질적인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 체험교육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편해야 한다. 양질의 인력을 위해서는 노사 중심으로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현장성을 강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지역별 표준 근로조건 모델과 산업·업종별 합의에 대한 구속력 보장 제도도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이제 버스운수업도 최대 근로일수가 결정되고 이에 따라 최대 임금이 확정된다. 사업장별 임금격차는 현장의 혼란을 불러올 뿐이다. 버스운수업은 오랜 시간 집단교섭을 이어온 전통이 있다. 이를 제도로 확보하여 지역·업종별 합의에 대한 구속력 확대를 명시하는 법 개정이 요구된다.
버스운수업 운영 규정 마련도 산업 제도화를 위해 필수적인 과제다.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육상운송업의 운전시간, 휴식시간 등을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휴식시간 부여에 관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으나, 해석상의 문제로 갈등이 많은 상태다. 운전시간, 근로시간, 구속시간, 부속업무시간, 휴식시간 등에 대한 정의와 최대운전시간 규제 등에 대한 세부적인 항목 마련이 요구된다.
이러한 버스산업 선진화 과정에서 필요한 재원 중 일부는 요금 현실화에서 찾아가야 한다. 버스요금 현실화와 인상 시기 정례화는 내년 7월 1일 주52시간제를 대비하기 위해 빠르게 논의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사용자단체는 이와 함께 ▶ 인건비 감소분 등에 대한 지자체 재정지원 근거 마련 ▶ 노선버스 사용 연료 유가보조금 전액 보조 ▶ 노선버스 차량 취득세 감면기한 연장 ▶ 설·추석 등 특별수송대책 기간 특별 연장 허용 등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이번 노사정 선언은 우리나라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버스운수업의 위상과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성을 노사정이 합의했다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12일 노사정 선언 이행을 위한 ‘버스산업발전협의회’를 공식적으로 발족시켰다. 아주대학교 최기주 교수(대한교통학회 회장)가 협의회 회장을 맡고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과 노사 대표, 지자체·공공기관·언론인·교통전문가 및 시민단체가 참여하여 지혜를 모아내자는 출발이다. 이와 별도로 노사정 실무작업반 회의를 매주 개최하여 세부적인 내용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기본 원칙과 방향에 대한 노사정 합의는 유효하다. 이제 시작이다. 지난 57년 간의 악습과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도 노동시간 단축과 근무방식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2019년 7월 1일, 2020년 1월 1일. 버스운수업이 화려한 날개를 펼치며 희망을 노래하기 위해 고치 속 번데기가 되어 변화를 이끌어낼 산고의 시간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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